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 여운이 남아 있다. 정치권에는 여전히 전운이 감돌고 있고, 학계를 신호탄으로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봇물 터지듯 발표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현 정권의 반민주적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저항에 가깝다. 여권 내에서 조차 친이와 친박을 떠나 비판과 쇄신의 목소리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한마디로 이념과 계파, 지역과 계층을 초월한 비판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현 정권의 ‘레임덕’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방송사들의 내홍도 만만치 않다. 특히 KBS의 친 정부적 보도 행태가 비판을 받으면서, 기자들마저 취재현장 이곳저곳에서 시민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봉하마을에서 중계차와 취재기자가 쫓겨나는 수모까지 당했다.
1980년대 ‘땡전뉴스’의 망령이 되살아난 게 아니냐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급기야 주요 뉴스의 시청률도 MBC에 뒤지고 있다. 이것이 민심이고 상식이다. 방송의 고객은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라는 점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얼마 전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보도본부장을 비롯해 중요 간부들에 대한 신임여부를 물었다. 그 결과 절대다수가 불신임의 뜻을 분명히 했다. 물론 해당 간부들에 대한 불신임 결과가 사규나 규정에 따라 처리되는 사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송현업에 종사하는 언론인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길 사안도 아니다. 그들은 분명 제작 현장에서 취재를 거부당하고, 시민들의 야유를 들으면서 언론인으로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몇몇 간부들에 대한 불신임 차원을 넘어 이병순 사장, 나아가 정부에 대한 불신임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번 KBS 불신임 투표는 감시견(Watch dog)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언론인들의 처절한 몸부림이자 현 정권을 향한 외침인 것이다.
현 정권 들어 벌어진 친정부 인사들에 대한 방송사 사장 내정과 이를 통한 방송장악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소통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 11일 YTN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4명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YTN노사가 지난 4월 1일 사장선임을 둘러싼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자 양측의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들을 기소했다. 방송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쳤던 언론인의 양심을 구속했다.
시청 앞 광장과 대한문을 전경버스로 막고, 방송을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다고 해서 냉엄한 역사의 평가마저 막을 수는 없다. 친정부적 성향의 방송사 사장, 나아가 현 정부는 절대 다수 언론인들의 양심에 찬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