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철수하면 베트남으로 오라"

2009 한·베트남 기자협회 기자교류 참가기


   
 
  ▲ 조영주 아시아경제 지회장  
 
베트남의 여름은 예상보다 무더웠다. 섭씨 38도를 오르내리는 더위는 숨이 막힐 만큼 막강했다. 에어컨 바람이 나오지 않는 곳에서 잠깐이라도 서 있노라면 여지없이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한국-베트남 기자협회 기자교류를 위해 지난달 14일부터 22일까지 하노이와 주변도시들을 방문한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의 가장 큰 숙제는 더위였다.

이런 엄살을 부리는 동안 땡볕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내기를 하고, 한쪽에선 물소를 앞세워 논을 갈았다.

그들은 참 친절했다. 30여 년 전 우리나라 군인들과 총부리를 겨누었을 것이란 생각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다. 하노이를 시작으로 연이어 방문한 광닌, 빈푹, 푸토, 호아빈, 박닌 등에서 베트남기자협회와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환대를 해줬다. 어떤 곳에선 한국 기업이 많이 투자하도록 홍보해줄 것을 요청했고 어떤 곳에선 한국민들에게 베트남의 아름다움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들의 친절이 외교용 수사만은 아닌 듯했다.

띵 떼 후잉 베트남 기자협회장은 “베트남인은 한국인을 친구로 생각한다”며 “우리 가족도 한국 드라마를 매우 좋아한다. 유교나 농경문화 등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는 날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수출 78억 달러, 수입 20억3천만 달러를 기록했고 베트남에 대한 투자도 1백33억 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은 연간 47만5천명(2007년)에 이른다.

지난해 베트남 63개 도성 가운데 네 번째로 투자를 많이 유치한 빈푹성의 경우 한국이 대만,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투자를 했다. 현재 28개 사업에 2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빈푹성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FDI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성공하려면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현지 노동자들이 시골에서 많이 올라와 도시의 습관이나 풍습을 잘 모르고, 자본주의 노동윤리에도 어둡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법을 잘 모르고 알아도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대규모 산업단지를 위한 부지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의 한 지방관료는 “농민들은 전통적으로 자신의 땅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땅을 팔아버리면 할 일이 사라지는 것도 문제다. 토지 확보가 어려운데 베트남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 베트남 정부의 해외투자 유치에 대한 열망은 뜨겁다. 베트남 정부의 한 관료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국 기업들이 개성공단을 철수하게 되면 베트남으로 오라”고 말했다. 베트남과 아무리 가까워지더라도 이런 일이 현실이 돼서는 안될 텐데 말이다.

이번 한-베트남 기자협회 교류에는 김경호 기자협회장을 비롯해 류제일 대전충남협회장, 곽명섭 부산시협회장 등 10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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