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신부

제226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GTB강원민방 조기현 기자


   
 
  ▲ 조기현 기자  
 
천주교 원주교구 소속 A신부가 수년간에 걸쳐 여신자들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져왔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무작정 사실 확인에 나섰다.

당시 A신부가 근무했던 성당 수녀를 만나 오랜 설득 끝에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 여성들을 만날 방법이 없었다.

무작정 여신자들의 동향을 알 만한 당시 성당 관계자들을 수소문해 한명씩 접촉하기 시작했다.
며칠 뒤 A신부와 여신자의 성관계를 목격한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20여일에 걸친 추적 끝에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여성들과 그들의 연락처를 확인했다. 어렵게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사실이 알려지기를 두려워했다.

그러기를 일주일. 한 여성이 모든 것을 털어 놓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어려운 시절 도움을 줬던 신부, 그녀가 신부에게 느낀 사랑, 신부가 찍었다는 알몸 사진과 그것을 미끼로 이어졌던 성폭행, 도망갈 때마다 자신을 찾아왔던 신부에 대한 공포, 그리고 자매처럼 지내던 다른 여신자들과의 성관계를 알게 되었을 때의 배신감 등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는 고백들이 이어졌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제복을 입고 있는 A신부를 용서할 수 없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 뒤 이틀 사이 2명의 여성들이 더 A신부와의 성관계 사실을 확인해 줬다.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고 천주교가 모든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천주교 관계자들의 협박과 회유가 이어졌다.

하지만 취재팀은 끝까지 타협하지 않았다. 결국 A신부는 취재팀에 먼저 연락을 해 잘못을 시인했다. 다음날 밤 진실의 힘은 전파를 타고 성역을 넘었다.

진실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믿고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신 이이표 국장님을 비롯한 선배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고단한 취재 과정에서 힘들어할 때 항상 곁에서 중심을 잡아주신 최백진 선배께 특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의를 위해 휘두를 수 있는 칼과 약자를 지켜줄 수 있는 방패라는 것을 항상 마음속 깊이 새기고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기자가 휘두르는 펜의 힘을 몸으로 느끼는 계기가 됐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진중함이 몸에 배도록 노력하며 기자의 길을 걸어갈 것을 약속한다. GTB 강원민방 보도국 식구라는 것이 참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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