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마케팅,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KBS1라디오 성공예감 진행자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시대다. 긍정적인 관심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상관없다. 관심을 끌기만 하면 된다. 일단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면 시장이 커진다. 해당 상품의 가치가 올라간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관심의 경제(Economy Of Attention)라고 부른다. 이 전례 없는 시장의 추세를 부추긴 것은 물론 인터넷이다. 인터넷에서는 그저 클릭 수만 많다면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사람이나 기업이 부지기수다.

관심의 경제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마케팅 기법이 바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다. 구설수라도 일으켜 해당 상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를 늘리는 기법이다. 기업에서 이런 기법을 쓴 지는 오래됐다. 이탈리아 의류 회사인 베네통은 1980년대 내내 충격적인 광고 사진으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신부와 수녀의 키스, 흑백 남녀와 황인종 아이, 그리고 알록달록한 콘돔의 행진에 이르기까지 이 회사가 내놓은 사진은 하나같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미국의 성공한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도 노이즈 마케팅을 즐겨 구사했다. 승무원으로서는 부적절한 옷차림이나 황당무계한 기내 방송 등이 줄곧 언론의 기삿거리가 됐다.

우리의 경우도 기업들은 노이즈 마케팅을 즐긴다. 최근 여성계의 반발을 샀던 한 통신업체 광고도 이 기법의 혐의가 짙다. 이 광고에서 주인공 남성은 아내와 자녀가 같이 집을 떠나는 순간 최고의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 장면이 단순히 소비자들의 공감을 살 것이라고만 여겼을 광고주나 제작자가 어디 있을까? 여성이나 주부의 공분을 사리라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논란조차도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리라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으로서 노이즈 마케팅은 무조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베네통이나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처럼 잘 하기만 하면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언론에 관해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노이즈 마케팅이란 혐의가 짙은 데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받아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예 언론이 노이즈 마케팅의 주역이 된다면 그건 더욱 큰 문제다. 당장 감탄사 광고만 해도 그렇다. 이 광고가 논란이 된 후, 많은 언론들은 해당 감탄사의 영어 이니셜이 어떤 의미인지를 친절하게 풀어 써주었다. 소비자로서는 알 필요조차 없는 정보였다. 수백, 수천, 아니 수억원 이상 할 광고를 언론들이 대신 해준 격이었다.

그나마 기업의 노이즈 마케팅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오늘날 연예산업이 펼치고 있는 노이즈 마케팅은 아예 연예 권력과 언론의 유착이라는 냄새마저 풍긴다. 우리 언론이 연예인과 기획사의 주장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옮기기 때문이다. 당장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별 것 아닌 일을 침소봉대한다. 촬영 중에 사고가 있었다, 촬영장에 귀신이 나타났다는 얘기는 예사다. 신인가수가 데뷔할 때는 으레 누구랑 닮아서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여자 가수들이 떼로 얼굴을 내밀 땐 벌어지지도 않은 동성애 논란을 스스로 제기한다. 영화나 드라마, 앨범 낼 때마다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별것 아닌 사담을 엄청난 것인 양 늘어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거의 매일 이런 기사를 쓰는 기자가 엄청나게 둔감한 것이 아니라면, 해당 연예인과 기획사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노이즈 마케팅과 관련한 우리 언론의 문제는 기업이나 연예산업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요즘은 지식인 사회나 정치권, 어쩌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는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나 과격한 의견, 엉터리 행보를 해서라도 입지를 다지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사람이나 기관의 주장은 좀 무시하고 외면해도 좋으련만, 우리 언론은 그냥 두는 법이 없다. 그 결과 속옷이 보이는 화보를 찍는 행위예술가와 자신의 이름을 호명만 해도 만병이 낫는다는 대선 주자가 생겨난다.

우리 사회의 원로나 공기(公器)를 저주하고 증오하는 것만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관심을 팔기만 하면 된다는 언론 탓에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라도 할 관심부족증후군(Attention Deficiency Syndrome) 환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야 장사를 잘 했다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라고 치자. 이들로 인해 우리 사회의 불안과 갈등이 커지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이 우리 사회의 가벼움에 참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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