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보다 급한 것은 신문산업 살리기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9.09 14: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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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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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을 둘러싼 여야간의 극한 대립이 국회통과로 일단락되자 모든 관심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 사업권을 둘러싼 사업자 선정에 집중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상했던 대로 이를 주도하는 것은 주요 중앙 신문사들이다.
이들 신문사들은 전사적 운명을 걸고 중원의 결투를 벌이기 일보직전의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잡음과 걱정의 소리가 많이 들린다. 무엇보다도 과연 최소한 2천억~3천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자금을 제대로 모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종편채널을 준비하고 있는 신문사들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심지어는 지방의 대학들에까지 투자를 요구한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해서 어렵게 채널 사업권을 따낸다 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서는 최소한 4~5년은 필요할 텐데 과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버텨서 새로운 사업을 연착륙시킬지도 궁금하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신문시장은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으며 향후의 전망이 어떨지에 대한 문제는 어느덧 관심 밖으로 벗어나 있다. 이미 신문시장은 곧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정도로 중증에 걸려 있는 상태이다. 1996년도 우리나라 가정의 신문구독률은 69.3%였는데 2008년에는 36.8%로 12년 사이에 거의 절반 정도가 줄었다. 물론 미국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필립 마이어 교수는 이런 속도로 신문구독률이 줄어들면 2043년 1분기에는 종이신문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1908년 창간하여 1백여 년 동안 국제뉴스 등에서 독보적인 보도를 해온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지난 3월 27일 마지막 일간 종이신문을 발간하고 온라인판을 중심으로 재창간에 나섰다.
사실 신문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것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현재 종편채널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메이저 신문사들에 있다. 이들은 신문고시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품이나 무가지를 뿌리는 것도 부족해 현금까지 주면서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 그러니 요즘 독자들에게 신문은 공짜라는 인식이 더욱 확대되어 악순환을 낳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력이 약한 나머지 신문사들이나 지방사들은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신문발전위원회가 통폐합되고 신문발전기금도 폐지되는 등 정부의 신문진흥정책은 도리어 퇴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소 신문사들은 최대 위기에 몰려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국회의원들이 신문지원 법안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은 지난 4월 ‘신문읽기 진흥사업’ 일환으로 중·고교에 신문을 무료로 지원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을 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첫 해 47억4천만원을 시작으로 5년 동안 8백36억6천만원을 지원해 주자는 것이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 역시 신문산업 육성을 위해 신문 구독료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독자들에게 주는 ‘소득세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경우 9월 정기국회에서 신문광고, 신문지대, 잉크 등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제안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법안 중 몇 개가 국회를 통과할지 모르나 이 중 하나라도 현실화되면 신문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데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미디어법을 둘러싼 논쟁 중 주요한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여론다양성에 대한 것이었다. 대기업이나 메이저 신문사가 종편이나 보도채널을 소유할 경우 독과점이 심화되고 언론의 다양성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신문시장이 위축되고 신문들이 줄줄이 폐간될 경우 지금 걱정하는 여론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은 놓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뉴스와 여론을 만들어 내는 1차 창구는 신문 저널리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종편채널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신문산업을 살릴 해법을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