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언론관을 질타한다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9.21 16:29:42
지난 16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회동을 취재하는 언론들을 일방적으로 통제한 청와대의 조치는 언론의 비판에 대해 극도의 불편함을 드러냈던 그동안의 태도가 또다시 확인된 사례로 보여 참으로 유감스럽다.
청와대는 두 사람의 회동 하루 전인 15일 저녁 갑자기 기자들에게 예정됐던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되니 취재를 제한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사진과 영상은 청와대 전속이 제공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만남에 기자는 빠지고 청와대 직원이 참석해 취재를 한 셈이니 알리고 싶은 사실만 전달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중만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저녁에 있었던 전국 시·도지사 만찬에서도 오프닝 취재조차 통제됐고, 청와대는 사후 브리핑도 없다고 알렸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이 대통령과 박 대표의 회동이라는 이 시점에서의 의미심장한 정치적 행위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를 제3자의 눈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당분간 대표 기자단의 취재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면서 “사진과 영상은 청와대 전속 직원이 찍어서 제공하겠다”는 말로 사실상 청와대 취재를 본격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이번 언론 통제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밝히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정권에 우호적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지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마지못해 이 같은 조치가 일단 철회됐다고는 하지만, 언론의 취재를 교묘하게 통제해왔던 청와대의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와대는 올해 들어 순방을 비롯한 대통령의 일정을 취재하는 방송사 카메라 공동 취재팀의 수를 7팀에서 3팀으로 이미 줄였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취재할 때 영상송출 등의 업무에 매달리는 바람에 현장 취재는 사실상 청와대 전속 카메라가 담당해 이를 각 방송사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취재가 됐다고 한다. 기자의 시각으로 취재를 한 영상이나 사진이 아닌 청와대가 보이고 싶은 장면과 인터뷰만이 그동안 주로 국민들에게 전달돼 왔음은 물론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청와대의 취재 봉쇄는 이 같은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빚어진 극단적인 결과물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이 때문에 더 나아가 기존의 영상 취재 팀도 2팀에서 1팀으로 줄여 결과적으로 언론 통제를 상시화하겠다는 상식 이하의 통보가 내려지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청와대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언론의 취재를 통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민감하다고 판단되면 기자단과 얼마든지 협의와 조정이 가능한 게 청와대 취재의 그동안 관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이번 취재 제한 조치는 이 같은 절차조차 무시하겠다는 오만한 의도를 또다시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판과 견제를 수용하고 반대편의 목소리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는 건 상식이다. 청와대가 상식을 존중할 수 있는 이성을 되찾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