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기자정신을 생각한다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다가왔다. 풍성하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한가위, 그러나 많은 기자들은 이번 한가위를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없을 것 같다.

짧은 연휴도 연휴지만 지면을 메우고 방송을 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것쯤은 기자로서 해마다 감내하는 일이다. 회사가 어려워 강제휴가를 가는 동료 기자들도 있는데 추석 상여금이 없다고 투덜대기도 어렵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는 최고 가치인 ‘언론의 자유’가 점점 위축되는 현실을 보며 고뇌만이 쌓여가는 한가위다.

취재현장에서 함께하던 YTN 기자들의 복직문제는 이번 한가위에도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장 선임을 둘러싼 문제는 더욱 꼬여가며, 해직된 기자들의 복직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YTN 사태의 발단은 정권의 방송 장악 야욕 때문. 그런데 정권은 구본홍 사장 체제도 성에 차지 않은 듯 이제는 사장을 마음대로 바꿔가며 더욱 집요하게 기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기자들의 해직에 이어 프로그램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돌발영상’ 팀장을 징계하며 기자들의 입을 막고 있다. 해직된 YTN 기자들은 이번 한가위에도 여전히 회사로 돌아갈 수 없다. 언론의 자유가 짓밟히고 있다.

KBS와 MBC에 대한 정권의 간섭은 강도를 더한다. 최근 친정권 인사로 구성된 새 이사진이 진용을 갖추고 경영뿐 아니라 보도에도 간섭을 하면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사들이 다수 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사진은 사장 선임권을 무기로 해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있다.

이런 현실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한 ‘한국의 언론인 2009’에 따르면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는 5점 만점에 2.62점에 불과해 지난 2007년 3.06보다 크게 낮아졌다.

특히 정부나 정치권력이 언론의 자유를 가장 크게 제한한다는 대답이 지난 2007년 34%에서 올해 56%로 크게 늘어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축됐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우리 기자들이 자초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변칙 처리된 방송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일부 언론사들은 부화뇌동해 친정부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종합편성채널의 허가를 받으려고 안달이다.

언론사들의 목을 정부가 쥐고 흔들면서 기자들은 기자가 아니라 회사원으로서, 회사의 이익만을 좇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기자정신’은 실종된 지 오래다.

80년대 권력과 독재에 항거했던 기자, 90년대 이후 폭발적인 매체와 인터넷언론 등장으로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이제는 상업 논리만이 지배하는 2000년대 언론 위기의 시대에 또 한가위를 맞는다. 또다시 ‘언론 자유’와 ‘기자정신’을 더욱 간절히 염원하게끔 하는 한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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