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지으려 저수지 용도폐지했나
제228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 취재보도부문 / 경인일보 최해민 기자
경인일보 최해민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1.04 14: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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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일보 최해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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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챗구멍의 머리카락도 우습게 보지 마라….’
선배 기자가 취재현장에서 가져야 할 자세라며 일러준 조언이다. 수챗구멍에 수북이 쌓인 머리카락을 당기다 보면 그 안에 사람 머리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다소 끔찍한 비유다.
이번에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기자상을 안겨준 ‘골프장 지으려 저수지 용도 폐지했나’ 기사는 말 그대로 70대 노인의 억울한 사연 뒤에 감춰진 의혹을 파헤친 데 의의가 있었다. 20여 년간 해 온 저수지 관리직에서 쫓겨난 노인의 사연을 취재하던 중 의문은 의심을 낳았고 의심은 의혹으로 연결됐다.
뻔히 눈앞에 있는 저수지가 농업용수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용도 폐지된 사건은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타이어 간 내부협약에 의해 순차적으로 진행돼 온 것이었고 그 뒤에는 장지리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골프장을 지으려는 한국타이어 측의 야심이 서려 있었다.
화성시도 수십 년간 개발이 불가능했던 저수지 주변 보안림을 개발 가능한 땅으로 규제 완화해 줌으로써 한국타이어의 계획을 도왔다.
이제 동탄2신도시 지정과 함께 잠시 정지됐던 개발의 바람은 내년 7월 개발제한 해제시점을 앞두고 또 한 번의 광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관련 기관들은 경인일보의 지적으로 차후 훨씬 더 삼엄한 잣대로 행정 처리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기사가 진정한 기사라는 생각에 이번 취재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파고들었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사돈이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를 상대로 한 이번 취재는 기사 한 글자에도 살얼음 위를 걷듯 신중함이 무엇인지 가르쳐 줬고, 강자의 틈에서 일자리를 잃었던 약자가 언론보도 후 다시 일자리를 얻게 된 사연은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끼게 해 줬다.
지역신문의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빠듯한 취재인력으로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굵직한 아이템을 탐사보도하고 있다. 거대 취재원을 상대할 땐 외풍도 거세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기 일을 거뜬히 해 내고 있는 국내 모든 지역신문 기자들과 이 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다.
이례적으로 길었던 장마, 굵은 빗줄기를 뚫고 내 집처럼 현장을 함께 누벼준 김진태 선배 등 취재팀원들과 기동취재 차량 담당자에게 감사드리며 항상 기자의 갈 길을 제시해 준 왕정식 선배, ‘미련이 남는다’는 후배의 말을 믿고 응원해 준 최우영 사회부장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