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 보도-조두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금태섭 변호사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1.04 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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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태섭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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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2일 KBS ‘시사기획 쌈’의 보도로 알려진 조두순 사건은 아동 성폭력범에 대한 전 국민적인 분노를 불러왔다. 피고인이 음주를 한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 감경을 했던 재판부와 성폭력에 관한 특별법이 아닌 일반 형법을 적용해서 기소를 했던 검찰은 국정감사장에서 성토의 대상이 되었다.
대통령이 나서서 아동 성폭력범은 평생 격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발언을 했고, 법무부는 기존의 대책을 급히 손질해서 형량을 높이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 대책을 내놓았다.
물론 언론매체들도 이 사건에 대해서 앞 다투어 보도를 했다. 사건 내용의 상세한 보도는 물론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를 동원해서 아동 성폭력범의 심리를 살펴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하고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종류의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사건의 파장이 조금 가라앉은 지금 돌이켜볼 때 이 사건에 관한 언론 보도가 과연 깊이 있는 분석에까지 이르렀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조두순 사건에 대한 기사에는 정작 조두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중죄를 저지르고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을 직접 만나보거나 취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고 특히 형이 확정된 이후 청송감호소 독방에 갇힌 이후에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재판 진행 과정을 전하고 관계 당국의 대책을 알리는 것은 속기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심층적인 보도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범인에 대한 취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 많은 기사를 살펴보아도 조두순 본인에 대한 탐사 보도는 찾기 어렵다. 극히 피상적인,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짐승 같은 존재의 모습이 엿보일 따름이다.
조두순 사건은 전례가 없었던 종류의 사건이 아니다. 최근의 일만 보더라도 2006년 2월 용산 어린이 성폭행 살인사건이 있었고 2007년 12월에는 이혜진, 우예슬양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렇듯 유사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그때마다 국민들이 불안에 떤다면 언론으로서는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한번 파헤쳐 보아야 한다. 그러나 언론은 매번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실 보도에만 급급하고 독자들과 똑같이 당국을 비난하는데 그칠 뿐이다.
잡지 기자인 앤 룰은 10년이 넘는 취재를 토대로 “내 옆의 낯선 사람(The Stranger Beside Me)”이라는 책을 썼다. 최소한 36명 이상의 여성을 강간 살인한 것으로 알려진(본인 스스로는 희생자가 세 자리 숫자라고 말을 했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 중 한 명인 테드 번디는 이 책을 통해서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출생에 얽힌 비극, 불행한 어린 시절, 연애의 실패, 끊임없는 거짓말과 자기 기만뿐 아니라 때때로 인간적인 모습까지, 극악한 범죄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런 탐사 보도가 범죄의 분석과 방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범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단순히 옆에서 비판에만 열중한다면 언론도 자기 역할을 다 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비정상적인 사회현상이 발생했을 때 철저한 취재로 그 원인을 파헤치는 것은 미디어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논자에 따라서는 우리 언론사들의 인력이나 재정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한 사건에 대해 깊이 있는 탐사보도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의 같은 내용에 매체 이름만 다른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때면 과연 그런 상황이 이번과 같은 피상적인 보도들을 정당화시켜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앤 룰이 테드 번디에 관해 취재할 때 그녀는 독자도 거의 없는 경찰 관련 잡지에서 받는 얼마 안 되는 원고료로 네 딸과 사는 처지였다. 우리 언론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