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콤플렉스'에 걸린 정부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이 단식농성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위법했지만, 위법이 아니다!’ 라는 삼류 코미디만도 못한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결정에 항거하기 위해 단식을 했다. 그러나 공권력은 9일 오후 최 위원장을 전격 연행했다.

이는 주장도, 항변도 하지 못하는 2009년의 대한민국 현주소를 반영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가 철저히 유린되는 현실에 살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비겁하다. 지난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시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중 홍준표 의원도 여당의 비겁함을 역설했다. 청와대는 총리 뒤에 숨고, 여당은 정부 뒤에 숨었다며 지도부의 비겁함을 지적한 것이다.

미디어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의장석을 점거한 쪽에 불이익을 주겠노라고 호언장담했던 의장은 한나라당이 먼저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지만 아무런 권한 행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여당 뒤에 숨어 일사부재의 원칙이 위반된 표결현장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법의 건전한 상식과 일반적 이해를 바탕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이율배반적 발언을 했다.

국회의장은 ‘야당 스스로 제기한 소송이었고 야당은 거기서 패소했다’고 함으로써 스스로 ‘온달 콤플렉스’에 빠져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헌재와 여당, 그리고 위법이라는 모순 뒤에 숨어 불법이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미디어 관련법 재개정 여부는 여야 간 협상에 달린 것이지, 국회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까지 하면서 본인의 무능함을 드러냈다.

헌재의 결정은 절차상 위법을 인정한 것이고, 그 위법을 국회 스스로 해결하라는 취지의 판결문 해석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입법부 수장의 발언이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미디어법에 대한 설명 부족, 의원들의 입법권 침해, 일사부재의 원칙 위법 등 과정과 절차상의 위법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권력은 이를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과정이 위법으로 판결났으면 그 과정으로 인해 파생된 결과도 당연히 위법이고, 절차적 정당성을 다시 확보해 합법적 결과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 법 상식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일 모 일간지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미디어법 판결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4%가 ‘헌재 판결이 부적절했다’고 답했고,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된 만큼 국회가 다시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도 65%나 됐다. 이것이 법 상식이고, 이를 바로잡는 것이 입법부의 역할이다.

위법이 합법으로 둔갑하면서 또 다른 위법적 실체가 출현을 앞두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일사천리로 종편과 보도채널 승인을 준비 중인 것이다. 위법의 악순환이 예고된 셈이다.

입법부와 헌재는 스스로 권력 뒤에 숨어 또 다른 권력을 꿈꾸는 온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미디어법 재논의를 통해 위법을 해소하고, 헌법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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