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면에 부동산가격 상승만 있다


   
 
  ▲ 최진기 경제연구소 대표  
 
경제학은 분명 2008년의 금융공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분에 넘치는 미국의 과소비도, 부풀어 오를대로 오른 부동산 가격의 위험성도, 너무 흔해진 달러의 과잉유동성도 지적하지 못했고 사고가 터지고 나서는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던 바로 그 현상조차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던 경제학자들의 반성이 이어졌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그리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경제학은 1년 전의 반성에 비해 얼마나 더 나아졌나?

중국의 자동차 구매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를 달성했다고 한다. 한해에 14조 달러를 벌어들이는 미국에 비해 4조 달러를 버는 중국이 더 많은 자동차를 사는 것이 정상일까?

덩샤오핑이 개혁·개방경제를 표방한 후 34년이 흘렀고, 그동안 수없이 많은 중국 근로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지금의 중국경제를 일구어 냈다. 그 결과로 중국은 2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기록하게 되었는데,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단 6개월 만에 3조 달러를 찍어내 버렸다. 34년간에 걸친 수억 중국 국민들의 땀보다 버냉키 미국 FRB의장 1인의 결단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

지난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 거품의 시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종말을 맞고, 여기에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까지 이어지면서 전세계 부동산 가치가 폭락을 거듭하건만, 대한민국만은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의 총국가자산은 약 6천5백조원으로 추산되며, 이 중 부동산 자산이 5천조원 이상을 차지한다.

강남 중형 아파트 가격인 12억원은 미화로 1백만 달러이며, 이 돈이면 미국에서도 수영장이 딸린 저택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 언론의 경제면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확신하고 있다. 그 확신의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

한반도 대운하가 한창 논쟁이던 때, 수질오염 문제에 대해 어떤 전문가는 ‘운하를 떠다니는 배가 프로펠러를 돌리면 산소공급이 많아져서 수질이 좋아진다’는 기상천외한 답변을 해 온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었다. 대운하와 똑같이 강바닥을 긁어내고 보를 세워 물길을 막는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경제적 외부효과에 대해서는 4개월간의 환경영향평가로 충분하다고 강변한다. 환경부도 ‘프로펠러 정수법’의 효능을 믿어서일까? 일반 사기업에 비해 정부는 경제적 외부효과에 대해 더 많이 고려할 것이라는 기존의 상식은 지켜지고 있을까?

하루하루의 뉴스를 쫓아가는 것만 해도 언론인이나 독자 모두에게 힘겨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일상을 넘어서는 근본적 질문들이 던져져 있다. 그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이야말로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여정과 다름없다. 이에 대해 경제학은 모른 체 무시하고, 언론은 애써 침묵한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침묵의 연대 역시 정상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침묵의 연대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들의 삶만 더욱 힘겨워지고 있다. 옳은 것에 대해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에 대해 그르다고 말하는 거친 목소리가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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