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저널리즘의 미래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2.07 09:52:21
올해 초부터 관심을 모았던 아이폰의 한국 시판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국내 언론과 인터넷에는 연일 이와 관련된 뉴스로 이어지고 있다. 내장형 배터리로 인해 충전이 불편하고 충전기간도 짧으며, 이제 막 들어온 제품이기 때문에 애프터서비스도 불편하다는 등 출시 전부터 아이폰에 대한 부정적이고 애국적인(?) 기사내용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은 불과 며칠 만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뿌리를 흔들어대고 있다.
이미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T는 유사 단말기의 보조금 액수를 올리는 등 뒤늦은 대책들을 내놓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원성만 사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수많은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걸까? 무엇보다도 사용자 친화적인 유저 인터페이스에 있다. 아이폰은 기존의 휴대전화와 달리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 즉 카메라와 mp3는 기본이고 내비게이션과 동영상 촬영 및 편집, 게임기까지 모든 기능을, 그것도 초보자들도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특히 모바일용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들이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앱스토어라는 오픈마켓이 백미다. 앱스토어는 현재 10만여 개의 응용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누적 다운로드가 20억 건을 넘었다고 한다. 이 덕택에 아이폰 단말기의 판매도 지난해 3분기에 약 71만7천개에서 4분기에는 무려 10배 가까이 되는 6백89만2천개를 기록할 정도로 앱스토어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바로 아이폰이나 블랙베리폰 같은 스마트폰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수록 이에 비례해서 개인간의 소통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트위터라는 글로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올 6월 현재 트위터의 총가입자는 4천4백50만명이고, 연초 1만명 수준이던 국내 트위터 이용자는 90만여 명에 이른다.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가 운영하는 미투데이 같은 서비스에도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서비스는 더욱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명 ‘트위터저널리즘’이라고 불리는 소통방식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0월 말 ‘강남파이낸스빌딩 화재 사건’이다. 화재가 나자마자 트위터 이용자가 대피하는 도중에 시시각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다른 트위터 이용자(일명 팔로어)들에게 알려 피해도 최소화하고 외부에도 뉴스로 알려진 것이다. 인터넷을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취재하고 보도한 것은 이보다 한참 지난 후였다고 한다.
트위터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그 위력이 더 대단하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소식을 AP나 CNN보다도 트위터가 먼저 전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현재 미국의 가장 뜨거운 뉴스인 타이거 우즈와 관련된 뉴스 역시 브레이킹뉴스(Breaking News)라는 트위터를 통해 전해졌는데, CNN보다 45분이나 빨랐다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근거없는 허위정보나 루머들이 돌기도 하지만 결국 집단지성이라 하기에 충분할 만큼 여러 사람들의 여러 정보가 보태져 사실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향후 1~2년 내로 휴대전화 형태가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면 네이트나 준(june), 쇼 같은 폐쇄형 모바일 서비스 대신 무선랜을 통한 풀브라우징 인터넷을 통해 오픈마켓을 이용하는 것이 대중화될 것으로 예측되듯이,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이 뉴스의 생산과 소비 역시 직접 참여하는 상황이 일반화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저널리즘이 어떤 역할을 할까의 문제는 참으로 중차대해진다. 지금부터 이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 ‘2012’에서 지구멸망에 대비해 노아의 방주 같은 거대한 배를 준비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