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구성원들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선후보 당시 방송특보였던 김인규씨가 기어이 KBS 사장이 됐다. 국민들은 김인규씨를 KBS 사장으로 선임한 KBS 이사회의 몰염치에 놀랐고, 이런 비판 여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를 사장으로 버젓이 임명 제청한 청와대의 두꺼운 낯에 다시 한번 놀랐다.

김씨의 KBS 사장 임명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셋 중 둘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인들은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런데 KBS에서 더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KBS 노동조합이 ‘이명박 특보 김인규 퇴진 및 방송장악 분쇄 총파업 투표’를 벌였는데, 전체 조합원 4천2백3명 중 3천5백53명이 투표에 참여해 2천25명만이 총파업에 찬성하고 1천4백70명이 반대했다. 결국 재적 조합원의 48.2%만 파업에 찬성해 총파업 투쟁은 불가능해졌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반대표를 던진 2천여 KBS 구성원들의 무관심에 참담함을 느낀다.

YTN 노조 조합원들의 눈물겨운 투쟁과 너무도 비교된다. YTN 노조는 지난해 7월 대통령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이사회에서 사장으로 선임되자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 공공성을 지킬 수 없다”며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6명이 해직되는 등 무려 33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YTN 노조의 투쟁은 사그라지기는커녕 5백일 넘게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YTN보다 훨씬 더 여건이 좋은 KBS 구성원들은 무슨 생각인지 대통령 참모 출신 사장에게 면죄부를 줬다.

최근 김인규씨가 5공 당시 뉴스 리포트로 전한 ‘전두환 찬양가’ 동영상이 인터넷을 떠돌며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그 내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그는 1987년 1월15일 민정당 창당 기념식에 대해 “민주정의당은 무엇보다 구 정치질서의 청산과 개혁을 위해 새시대 새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새역사 창조에 나섰다”며 한껏 치켜세웠다. 또 같은 해 전두환씨가 직선제 개헌을 외면한 4·13 호헌 조치에 대해선 “(중략) 내년의 양대 국가 대사를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헌법문제와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명백히 제시한 것”이라며 장기집권 의도를 품은 독재자를 적극 옹호했다.

KBS 구성원들은 단연코 5공이 그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총파업 찬반투표 선거결과에 대한 KBS노조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KBS노조는 이병순 전 사장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특보출신 낙하산 사장에 대해 강력한 투쟁을 성공으로 이끌지 못했다. KBS 내부에서는 몇몇 깨어 있는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노조 설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오죽하면 새 노조 설립에까지 나섰겠는가.

방송이 국민의 품이 아니라 정권의 품에 들어갔을 때 얼마나 커다란 역사적 과오를 범했는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결국 언론자유는 언론인 스스로 쟁취하고 지켜야 한다. KBS 구성원들의 통렬한 반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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