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은 역사에서 교훈 찾아야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2.15 09:01:21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문화방송의 편성, 보도, 제작 책임자를 해임한 것은 방송을 아무리 장악해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정권의 뻔뻔스러움과 탐욕스러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과 다름 없다.
방문진은 문화방송 이사진과 엄기영 사장의 사표를 일괄적으로 받은 뒤, 엄 사장은 유임시키고 방송 책임자들은 그동안의 책임을 물어 해임하는 교묘한 방식으로 본격적인 문화방송 장악 작업을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대안을 찾고자 했다는 이유로 뉴스데스크나 PD수첩과 같은 보도, 시사프로그램 책임자는 경질하고, 사장에겐 면죄부를 주면서 경고와 협박을 한 것이다. 방송 책임자를 권력 친화적인 인물들로 채우면서, 동시에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방문진의 여당 쪽 인사들은 출범 초기부터, 정부 정책에 대한 문화방송의 비판적인 접근을 ‘왜곡, 편파방송’이라고 규정해 왔다. 권력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에 ‘왜곡과 편파’를 덧칠해 공격해 온 것이다. 방문진의 한 이사는 심지어 보도본부의 뉴스데스크와 시사매거진 2580, 뉴스후와 제작본부의 PD수첩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문진 이사들이 정권과 교감하면서, 방송사 프로그램 하나하나의 존폐를 요구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지금 이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YTN과 KBS를 차례로 장악한 정권은 그나마 최소한의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문화방송에 그동안 끊임없는 압력을 가해왔다. 정부의 쇠고기 협상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을 체포해 수사를 벌였다. 수사가 잘못됐다고 담당 검사가 물러났어도 수사는 계속됐다.
어디 이뿐인가. 앵커 코멘트가 비판적이라며 뉴스데스크의 앵커를 교체하라고 압박해 결국 앵커석에서 끌어내렸다.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조차 비판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하차시켰다. 그러고도 모자라 방송 책임자들까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바꾸고, 사장은 길들이겠다고 공표했다. 언론의 어떠한 비판도 허용할 수 없다는 반민주적인 발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과 세종시, 노동법 등 논란 투성이의 정책들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찬반과 이해가 엇갈려 사회적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사안들이지만 유력 언론사들은 종편 허가라는 당근을 바라보며 일제히 ‘찬양가’를 부르고, 나머지 언론들은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채찍에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비판이 사라졌고, 토론이 실종됐다. 정권으로선 언론 장악의 단맛을 포기할 수 없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논란과 의혹은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안 보이는 곳에서 자라고 있을 뿐이다.
과거 독재 정권들은 언론을 통제해 여론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 독재 국가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는 역사가 말해준다. 이명박 정권은 이제라도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