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논란이 남기고 간 것들


   
 
   
 
지난 한달간 신문지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꼽자면 단연 ‘아이폰’일 것이다. 정보통신 선진국으로 알려진 대한민국은 남들보다 3년이나 늦게 이 핸드폰을 시장에 풀어내면서 온갖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아프리카 앙골라에 근무하고 있는 한 회원에게 “거긴 아이폰 나오죠? 오실 때 한 대 사다 주세요”라는 유머글을 남기기도 했다.

아이폰이 출시되고 난 후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블로그와 카페에서는 엄청나게 호평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언론의 논조는 매우 비판적이다. DMB도 안 나온다거나, 한국적 실정에 맞지 않다거나, 배송 관련 서비스가 형편없다거나, 아직은 스마트폰이 시기상조라는 등 온갖 비판들이 난무한다. 반면 실사용자들의 리뷰는 조그만 전화기 안에 완벽한 네트워크 컴퓨팅 환경을 밀어넣은 기술력과 창조성에 감탄을 보내는 글이 대부분이다.

정보통신 강국 대한민국이 아이폰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폰은 대한민국의 ‘정보통신’ 능력이 어떤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일종의 거울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열린 네트워크 망에서 핸드폰을 통해 자유롭게 접속하는 환경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폐쇄적인 곳이었다. “핸드폰이야 전화만 잘 받으면 됐지”라는 사용자들의 푸념은 핸드폰의 새로운 기능을 접하려야 접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한숨쉬는 포기의 언어였다.

기존의 핸드폰과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경쟁을 보자면 20여 년 전 워드 전용기와 퍼스널 컴퓨터 간의 경쟁이 연상된다. 당시 사무실에는 문서작성과 인쇄만을 하는 워드 전용기기들이 있었다. 전자 타자기에서 약간 더 발전한 형태의 이 기기는 2줄짜리 흑백 화면에 현재 타이핑하고 있는 문자를 보여주면서 문서인쇄까지 가능한 기계였다. 이 워드 전용기기가 한창 사무실에서 사용될 무렵 PC가 함께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XT 기종의 PC는 즉각 워드 전용기기들과 경쟁했다. PC는 모니터와 프린터를 따로 사야 하고, 고장도 잘 나고,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PC에서 한글1.5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다시는 워드 전용기기를 쳐다보지 않았다.

지금의 아이폰 논쟁도 마찬가지이다. 전화기는 전화만 잘 걸리면 그만이라는 말은 전화도 잘 걸리고 그 외에 수만가지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도 있으면 훨씬 더 좋지 않으냐는 반박에 힘을 잃게 된다. 아이폰도 일반 핸드폰만큼 전화가 잘 걸린다.

규제 철폐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현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되어서야 아이폰이 겨우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그동안 무슨 규제를 어떻게 철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정보통신 산업계에서는 이런 원시적인 규제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미네르바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구속까지 당해야만 했고,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한국 메일 서비스를 믿을 수 없어 구글 메일을 사용한다는 고백을 하고 있으며,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통신요금 20% 감축은 감감무소식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무슨 활력있는 경제를 기대하겠는가. 아이폰 출시를 통해 둘러본 한국경제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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