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 그대들이 희망이다
2010년 새 아침에 만난 새내기들
취재팀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2.30 14:04:18
2010년의 막이 올랐다. 기자들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어수선한 정세, 미디어 환경의 급변에 따른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다. 그러나 새내기 기자들에게서 희망을 읽는다. 당찬 열정에 가득 찬 새내기들은 선배들에게 ‘초심’을 거듭 돌아보게 한다.
본보가 만나본 5명의 새내기 기자들은 모두 기자로서 첫해를 맞았다. 한창 수습 중이거나 갓 수습을 뗀 ‘한계상황’ 속이지만 위풍당당함은 거칠 줄 몰랐다.
기자가 샐러리맨화 됐다는 자조가 이어지는 요즘이다. 새내기들이 그리고 있는 기자상은 무엇일까. 이들의 가슴속에는 기자로서 치열한 고민과 소명의식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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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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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등을 거친 뒤 서른을 넘겨 통신사 기자의 꿈을 이룬 민경락 연합뉴스 기자는 “사람을 생각하는 기자”가 목표다. “훌륭한 기자는 특종을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닐 겁니다. 냉철한 기자이면서 동시에 따뜻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특종보다는 ‘사람’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자, 그것이 제가 그리는 미래입니다.”
사건기자로서 24시간이 모자라게 뛰고 있는 고권봉 제주일보 기자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곧 입사 1주년을 맞는 이기주 한국경제TV 기자도 “나와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기대감에 기자를 택했다”며 “우직하게 한발 한발 전진하며 세상 소식을 전하고 나의 노력으로 세상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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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모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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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수습 교육을 받고 있는 양모듬 조선일보 기자는 새내기다운 겸양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꿈은 아름다웠다. “아직 ‘기자’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부끄러운 수준이기에 우선 선배들에게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훗날 자질이 갖춰지면 세상에 감동을 전하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흔들리는 언론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는 ‘뼈있는’ 한마디도 있었다. 입사 4개월째인 표윤신 충주MBC 기자는 “내가 시청자, 구독자로서 기자에게 원했던 역할을 하고 싶다. 바로 이 사회의 ‘워치독(Watchdog)’이 되는 것”이라며 “시민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갖고 날카롭게 감시의 칼날을 세우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누가 “요즘 젊은 기자들은 약하다”고 했던가. 이들에게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넘쳐났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직업으로서 기자의 인기도가 점점 뒷걸음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열정을 가진 이들에게 기자의 세계는 여전히 가슴 설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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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윤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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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윤신 기자는 “업무 강도 때문에 기자직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인생을 걸고 열정적으로 푹 빠져 지낼 수 있는 직업을 택하고 싶었다”고 대학 시절을 되돌아봤다.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돌아온 것은 “바로 기자다”라는 대답이었다. 그가 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학창시절 한 신문사에서 인턴기자를 체험했을 때부터였다. “내가 문제의식을 갖거나 새롭다고 생각한 것이 보도될 때마다 희열감을 느꼈습니다. 그때 꼭 이 길을 가야겠다고 결정했어요.”
이기주 기자는 “삶을 느끼게 해주는 직업”을 바랐다. 이 기자는 “우리 사회의 한복판, 중심에 서 있기를 원했다”며 “내가 사회인으로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 기자가 됐다”고 밝혔다.
민경락 기자에게 기자란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다. “수많은 팩트의 해석이 넘쳐나는 시대에 팩트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기자, 화려한 언술과 수사보다는 진실함 하나만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는 민 기자에게 통신사 기자의 길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재미없는 스트레이트 기사일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우주가 숨어 있다고 믿어요. 또래 친구들과 다르게 언론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또한 딸에게 아버지는 인생의 전형이다. 기자 출신 아버지를 보며 “기자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믿었던 양모듬 기자는 기자의 길을 의심한 적이 없다. 그는 “의미와 재미의 교차점에 진정한 즐거움이 있다”며 “사회의 오피니언을 좌우하고, 매일 새로운 사람과 사건을 접하는 노마드의 숙명을 지닌 기자야말로 바로 그 지점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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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권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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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습의 운명이 결코 간단치는 않다. 실수와 깨달음의 연속이다. 고권봉 기자에게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수습 딱지를 뗄 무렵 여자친구와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그에게 긴급 문자 메세지가 왔다.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 당장 극장 문을 박차고 나와 취재에 나섰다. 그 뒤 여자친구의 한마디는 기자는 사생활도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나랑 결혼하지말고 경찰이랑 결혼해!”
수습을 앞둔 경우는 결전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 민경락 기자는 “낯설고 고되다는 것은 곧 지금 많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니 수습생활이 거칠면 거칠수록 긍정적이라는 반복적인 다짐을 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내 마음의 보약인 셈”이라고 각오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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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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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꿈과 때로는 충격이었던 기억이 범벅이 된 채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2010년은 이들에게 습관적으로 나이만 더하는 한 해가 될 수 없다. 기자로서 맞는 첫 1월1일에 이들은 다짐한다.
“선배들의 격려가 아니었다면 기자로서 2010년은 오지 않았을 겁니다.”(고권봉)
“쉬지 않고 깨지고 깨지는 1년이 되겠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1년이 되길 바랍니다.”(민경락)
“한 사람 몫을 온전히 해내는 기자로 성장하겠습니다. 선배들에게 많이 깨지면서 기자로서 골격을 갖춰 나가겠습니다.”(양모듬)
“좌충우돌은 이제 그만, 점점 제 자리를 찾는 세련된 기자가 되겠습니다.”(이기주)
“마냥 새로움에 설레던 신입기자에서 벗어나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진짜 기자가 되겠습니다.”(표윤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