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대 집행부에 바란다
한국기자협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12.30 15:08:17
2010년이 시작됐다. 세월을 대개 10년 주기로 나눠 본다면, 1년뿐 아니라 2000년부터 시작된 지난 10년을 되돌아볼 시간이다.
한국기자협회의 지난 10년은 실로 격동의 시기였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 교체된 정권을 맞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964년 박정희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창립된 이후 가장 평화로웠던 시기를 누리는가 싶었지만, 참여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에 따른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언론의 위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했고, 급기야 1980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기자 대량해직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2월 8일 제42대 한국기자협회장 선거에서 해직기자인 YTN 우장균 후보가 당선된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기자들의 선택은 명쾌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의원들은 해직기자를 선택했다. 서울 대 지방의 선거 구도였기에 압도적 표 차는 나지 않았지만 이 선거 결과만으로도 기자 사회가 YTN 기자 해직사태를 얼마나 부당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제42대 회장 선출과 함께 새해를 맞아 집행부가 출범한다. 우 회장을 보좌하며 기자협회를 이끌 새 집행부에는 커다란 시대적 소명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군사정권 종식 이후 가장 커다란 언론의 시련기다. 이명박 정권은 종합편성채널 허가, 민영 미디어랩의 도입 등으로 언론 환경을 재편함으로써 자본에 의한 언론 지배를 더욱 수월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새 집행부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기자정신을 지켜나갈 막중한 책임이 있다.
둘째는 회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기자협회는 몇 해 전부터 ‘방송’과 ‘지방’이 분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지방 회원들은 서울 회원들에 비해 협회에 대한 ‘충성도’는 높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큰 게 사실이다. 해외 연수, 기자상 등에서 지방 회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는 협회의 어려운 재정난을 타개하는 것이다. 기자협회는 이명박 정부 들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산하단체를 통해 기자협회에 마땅히 지급해야 할 지원금조차 애를 먹이고 있다. 기업의 협찬은 정권 교체 후 현저히 줄었다. 너무나 어려운 시기다. 새 집행부의 ‘지혜’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협회는 대중조직이고 이익단체이면서도 창립 이후 45년 동안 ‘진보’의 기치를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다. 그것은 늘 역사의식과 문제의식을 갖고 비판하고 견제하는 기자의 필연적인 속성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제42대 기자협회 집행부의 출범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기자들의 자존감을 드높일 수 있는 집행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