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 '빵꾸똥꾸' 역풍

선진국엔 드문 방송심의, 한국에서는 '과거 회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가 소위 ‘빵꾸똥꾸’ 제재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달 8일 소위를 통해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의 극중 초등학생 해리(진지희 분)가 어른들에게 버릇없이 행동하고 ‘빵꾸똥꾸야!’ 등 반말을 반복 사용한 것과 관련해 권고조치를 의결했기 때문이다.

권고는 행정지도 성격을 가진 경미한 수준의 제재지만, 이 사실이 뒤늦게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주로 방송의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간섭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민간기구이지만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사후검열’ 성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미디어스 기고)에 따르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행정기관의 사후심의’를 ‘검열’의 한 형태로 보고 있으며, 이에 심의제도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영국도 BBC에 대한 공정성 심의를 자율규제(BBC Trust)에 맡기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방통심의위의 제재조치에 대해 이의가 제기된 적이 없을 정도로 최상위 기구로 굳어진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는 여야 6대 3 구도로 방통심의위가 애초 정치권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지적과도 통한다. 방송 제작자들로서는 권력의 ‘보복’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강명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난달 24일 한국일보 기고에서 “마치 ‘심의 공화국’이라도 되는 양 무엇이든 심의를 하면 할수록 대중문화는 착하고 모범적인 척하게 되겠지만 현실과는 멀어진다”며 “지나친 심의로 인해 TV에서 아이가 어른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하는 것도 볼 수 없던 과거가 있었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 김은영 문화부장도 지난달 24일 칼럼 ‘빵꾸똥꾸를 위한 변명’에서 “문제는 ‘빵꾸똥꾸’보다 무서운 검열 마인드가 아닐까”라며 “소설가 이외수씨도 지적했지만 ‘대한민국 시계가 거꾸로 가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빵꾸똥꾸’ 제재는 1983년부터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됐던 ‘아기공룡 둘리’의 심의를 떠올리게 한다.

이 만화는 당시 간행물 심의 등에서 주인공 둘리가 버릇없고 반말을 많이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김수정 작가는 2004년 한 인터뷰에서 “당시 사회단체에서 하는 모니터 모임에도 여러 번 불려가 둘리가 길동이 같은 어른한테 왜 대들고 반말하느냐는 지적을 받았다”며 “그때 그렇게 완벽하면 그게 아이냐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또 “둘리는 길동이한테 반말을 하지 않았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도우너가 그랬다”고 밝혔다. 이런 희극적인 일화가 25년 만인 2009년 재현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 측은 “권고 조치는 강제성도 없고, 해당 PD가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권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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