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언론의 과제


   
 
 
새해도 벌써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지난 연말의 기억들을 말해야겠다. 갑자기 추운 날씨에 눈까지 내려 가족과의 동해안 여행을 포기하고 연휴 내내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여유로워진 시간을 활용하여 가족과 함께 본 영화 ‘아바타’는 여행과도 맞바꿀 수 있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의미있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줄거리, 상상 속의 행성인 판도라의 환상적인 영상미, 안면근육까지 잡아낸 컴퓨터그래픽과 3D 등 모든 것에 빠져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편히 쉬려고 켠 TV에서 나오는 지상파 방송국의 방송연예대상을 보는 순간 아바타의 감동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2009년 한 해 동안 TV를 점령했던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총출동해 겉으로 보기엔 아바타 이상의 화려한 영상을 보여 줬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철저히 무시한 그들만의 잔치였다.

어차피 누군가가 상을 받아야 하기에 매년 지적됐던 나눠먹기식 수상은 참을 만했지만, 수상자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기획사 대표에서부터 친인척까지 시청자들은 알지 못하는 수십명의 이름을 거명하는 모습 등 눈에 거슬리는 장면들을 보면서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이런 집안 잔치 수준의 프로그램이라면 더 이상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괴롭히지 말고 내년부터는 중계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

수십년째 계속되어 온 식상한 관행은 신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말이나 새해의 특집 기획기사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여 발행한 신문 내용을 보면 거의 대다수 신문사들이 분야별로 국내외의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하거나, 새해 정치나 경제 등 주요 분야의 여론조사 결과, 이와 관련된 기획기사로 채우고 있다. 물론 이런 주제들이 중요하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내용이 신문사 제호만 다를 뿐 서로 대동소이하고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는 6월2일의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시장이나 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예상자의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를 어김없이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경마식 보도를 재탕한 것이다. 이런 기사로는 다양하고 심층적인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채울 수 없고 위기의 신문을 구할 수도 없다. 독자들의 니즈에 맞추어 좀 더 새롭고 차별화된 기사를 발굴하여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런 붕어빵 같은 기사들은 인터넷에서는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작년 1월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편집하여 뉴스를 제공하던 방식 대신에 개별 언론사들이 편집한 내용을 제공받아 운영하는 ‘뉴스캐스트’ 방식으로 바꾼 이후 70여 개의 언론사 뉴스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데, 통신사에서 보내준 기사를 자사의 것으로 올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정치기사에서부터 연예 기사에 이르기까지 대동소이한 내용들이 지나치게 많다. 우리 언론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래 가지곤 살아 남을 수 없다. 독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아이폰으로 시작된 이동통신 시장의 지각변동은 정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신문과 방송 모두 바뀌어야 산다. 아이폰의 신화도 결국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핵심 아닌가. 새해는 변화의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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