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진 富 가계와 나눠 가져야


   
 
  ▲ 최진기 경제연구소 대표  
 
2010년 새해가 폭설과 한파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넘쳐났다. 특히 대한민국 기업들의 화려한 실적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전년동기 대비 GDP성장률을 플러스로 반전시킨 막강한 원동력으로 칭송받았고, 그만큼 희망의 크기는 커져 갔다.

우리 대기업들의 눈부신 실적이 신문 지상을 누비고 다닐 때 다른 경제주체들의 성적은 참담했다. 경제 3주체 가운데 기업을 제외한 가계와 정부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쓰레기 채권으로 파산 직전으로 몰린 은행을 구제한 것은 바로 정부였다. 정부는 은행의 쓰레기 채권을 자신의 계정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은행을 살려냈고, 남은 것은 역사상 보기 힘든 막대한 재정적자였다. 2009년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였던 2008년 재정적자의 4배로 불어난 1조8천억 달러에 육박했다. 우리 나라라고 사정이 나은 것은 전혀 아니다. 각종 부양책과 추가경정 예산안을 통해 국가 부채는 GDP의 35%를 넘어서 3백66조원에 달한다. IMF 외환위기로 망가질 뻔한 국가재정 건전성이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확실히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막대한 돈은 파멸적 낭비로 자산을 탕진해 온 은행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고, 이제 미래 세대는 그 빚을 계속 갚아 나가야만 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사실 정부가 아니다. 세금을 통해 정부 재정을 만들어 가는 가계야말로 진정한 위기의 근원이다. 대한민국 가계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몰려가고 있으며, 그 해결책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한국 가계의 총처분가능소득은 약 5백조원으로 집계되고 있는 반면, 가계부채는 무려 7백20조원에 육박한다. 소득에 비해 빚이 1.4배나 많은 것이다. 이 빚더미에 깔려 있는 와중에 사실상 실업자는 3백30만명에 육박하면서 임금소득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며, 자영업자 70만명이 폐업하는 자영업의 위기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가계자산의 80%는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소득보다 빚이 1.4배나 많고 직장은 불안하기만 하며 가진 자산이라고는 부동산밖에 없다는 말이다.

12년 전 IMF 외환위기는 대기업의 과도한 설비투자로 빚어진 기업의 위기였고, 가계와 정부가 자신의 건전성을 희생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막다른 골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가계의 위기이다. 답은 당연하다. 기업이 가진 부를 가계와 나누어 위기를 극복해야만 한다.

이 당연한 해법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언론도 이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보도는 그렇지 못하다.

정부의 방침도 일방적이기만 하다.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도 따라잡지 못할 지경이고, 정부는 공무원 임금을 2년간 동결했으니 민간도 이를 따르라고 한다.

무너지는 가계를 살리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기이다. 돌아오는 목소리는 겨울 칼바람보다 더 매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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