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가 이겼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언론 자유의 중요한 내용인 보도의 자유에 속한다’고 결론내렸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MB정부의 언론 정책 탓에, ‘정부 정책 비판’이라는 원론적 책임에 스스로 위축되려는 언론인들에게 ‘정신 차리고, 힘을 내라’는 판결이다.
그러나 검찰은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고 있다. 검찰은 보수언론과 힘을 합해, 이번 판결이 정치적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누가 더 정치적인지는 검찰 스스로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애시 당초 검찰의 기소 자체가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실패’를 만회해 보려는 듯하다.
정연주 KBS 사장, 미네르바, 강기갑 의원 등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법원에 의해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검찰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남 탓’만하고 있다.
PD수첩 방송 내용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는 점은, 제작진 스스로가 인정한 바 있다. 제작 상 생길 수 있는 오류다. 그러나 그런 잘못은, 언론의 자정기능과 시청자들에 의해 저절로 교정돼야 하며, 검찰이 칼을 들이댈 일은 아닌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PD수첩의 보도 내용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일 뿐, 비판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다한 언론인들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검찰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권력에 대한 해바라기성 행동을 그만두기 바란다. 언론 플레이도 그만하기 바란다. 법원을 비난하면서 반발하기 보다는 ‘법대로’ 해야 하지 않는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판결들이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기소가 얼마나 무리한 행위인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법 절차를 따르면 될 일이다. 자기 책무에 충실한 언론을 ‘제발 좀 가만히 놔두라’.
보수언론의 자세도 문제다. 언론이 자사의 입장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삼권분립이라는 법치국가 최우선의 가치를 외면하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판사의 실명을 게재하고, 판사의 사진을 싣고, 판사의 성향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검찰이 PD수첩에 시비를 걸었던 ‘명예훼손’ 감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언론도 사법부의 판단을 이렇게 맹비난하는 경우는 없다. 언론은 언론의 역할이 있다.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사법부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비판,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이다.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부시대통령에게 한 말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지금 정치검찰과 보수언론에게 필요한 말은 이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검찰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