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 등 주원인…현실론·따가운 시선 공존
광주·전남 일간신문인 J일보 K기자는 최근 18년3개월의 기자생활을 정리했다. 그는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강운태 국회의원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기자회견문이나 보도자료 작성, 보도 요청 등 대언론 홍보가 주요 업무다.
그는 “기자를 그만두면서 미련이 많았지만 18년 동안 ‘쓸 것 다 써봤고, 해볼 것 다 해봤다’고 안위했다”며 “불확실한 미래, 지역신문 어려움 등 복합적 인원이 있지만 이번 기회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6월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판이 꿈틀거리면서 선거캠프에 합류하는 전·현직 기자들이 늘고 있다. 지방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으로, 지역 신문업계의 열악한 현실과 맞물리면서 확대되는 상황이다.
전·현직 기자들의 캠프행은 선거열기가 뜨거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력후보들만 5명이 넘는 광주의 경우 기자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이 지역은 경선이 사실상 본선으로 인식되는 지역으로 전·현직 기자 7~8명이 각 캠프에서 뛰고 있다.
나의갑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과 윤한식 전 무등일보 부장은 이용섭 국회의원 측, 박호재 전 전남매일 편집국장은 양형일 전 국회의원 측, 조옥현 전 남도일보 사회부장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진영에 합류했다. 또 조영석 전 무등일보 편집국장은 현 박광태 광주시장 측, 전갑길 광산구청장 진영에는 최창봉 전 남도일보 차장이 일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일부 기자들은 선거캠프 합류를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지역 언론계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10년차 이상 되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러브콜이 있고, 그 대상자는 최소한 4~5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몇 명이 선거캠프로 이동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3월이 되면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말 일부 기자들이 선거캠프로 옮겨갈 것이라는 말이 돌았으나 현실화되지 않았다. 경기도, 충남, 경남, 전북 등은 예전 지방선거에 참여했던 전직 기자들 중심으로 캠프가 꾸려졌다. 대전·충남기자협회 한 관계자는 “현직보다는 오래전에 그만둔 기자들이 각 캠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선거캠프행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은 어느 정도 안정된 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당선될 경우 지방 공기업이나 시·도청에서 정무직 공무원으로 일하게 된다. 박봉의 현실에서 최소 4년간 수천만원의 연봉이 보장되는 자리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기자들의 선거캠프행에는 현실론과 부정론이 엇갈린다. 저널리즘 현장에서 비전을 찾지 못한 기자들이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시도로 보는 반면 기자가 언론계를 떠나 취재 대상 인물의 선거캠프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공존한다.
강원지역 한 신문사 기자는 “신문사의 경력을 가지고 정치권으로 가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사명감을 갖고 현장을 지키는 기자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