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가끔 후배 경제부 기자를 공사석에서 만날 때가 있다. 주로 사석에서 만나는 이들은 은퇴 이후를 걱정하는 중견 기자들이다. 그들은 워낙 신문사 상황이 안 좋아 일찌감치 미래를 도모해두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다. 이들에게는 딱히 해줄 말이 없다. 업종을 바꾸라는 조언을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현업에서 힘을 내라고 다그칠 입장도 아니다. 일 얘기는 가능한 피하면서 그저 술잔만 기울이게 된다.
주로 공석에서 부딪치는 새내기 경제부 기자들에게는 할 얘기가 참 많다. 그들 개인뿐만이 아니라 우리 언론의 미래를 위해서다. 물론 당사자들은 오래 전 현업을 떠난 이의 진부한 조언쯤으로밖에는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경제부 기자 생활을 접고 10년째 경제 방송인과 경제 칼럼니스트로 연명하는 중이니 그럴 만도 하다. 잔소리꾼으로서도 참견할 핑계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 소속에서 프리랜서로 바뀌었지만, 내가 해온 일과 지금 하는 일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 현상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대중들에게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전망하는 일이다. 경제 저널리즘이라는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경제부라는 곳에서 10년, 그 울타리 바깥에서 같은 기간을 생활해보면 느끼는 바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안에서 보거나 바깥에서만 들여다보는 것과 달리, 경계에 선 사람 입장에서 경제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충고가 적지 않다. 이 참에 젊은 경제부 기자 후배들에게 항상 해왔던 얘기들을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첫째, 후배 경제부 기자들은 항상 공부했으면 한다. 여기서 공부를 좁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단지 출입처의 정황을 파악하고, 그 곳이 제공하는 정보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경제의 기본원리나 새로운 경향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형식적인 학위를 따는 데 신경을 쓰라는 것도 아니다. 그것들에 더해 다양한 경제의 흐름과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만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사고해야 한다.
둘째, 경제부 기자들이 시장과 길거리의 목소리에 더 많이 귀 기울였으면 한다. 오늘날 우리 경제 저널리즘은 소수의 전유물이 돼 버렸다. 경제부 기자들이 즐겨 찾는 취재원이 극히 한정돼 있는 탓이다. 불행히도 그들 대부분은 시장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학계 인사들이다. 그것도 미국에서 경제학에 관해 기능적 훈련을 받고 온 이들이다. 그 결과 시장이 요동을 칠 때면 우리의 신문 경제면은 조기 경보 기능은 물론이고, 사후 해석에도 애를 먹는다. 내 경우도 경제 저널리즘을 떠나고서야 경제라는 무림에 고수가 많음을 알았다. 후배 경제부 기자들은 언제든 그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셋째, 어려운 취재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윤리를 더욱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경제부 기자들은 취재 대상인 대기업과 정부, 그리고 각종 이해집단으로부터 각종 유혹을 받게 마련이다. 경제와 관련한 여론을 움직이거나 호도하기 위해서는 경제부 기자들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종 향응이나 촌지는 물론 각종 대가성 거래나 외유성 취재를 제안하기도 한다. 신문사 경영 상황이 날로 악화되는 현실에서 이런 유혹을 무작정 뿌리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회사나 부서 차원에서 이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권장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를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 사회의 기득권(establishment)에 악용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이 내세운 거창한, 그러나 음흉한 명분의 포로 신세에서 벗어날 있다. 그리하여 선의의 소비자와 국민, 그리고 약자 계층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경제 저널리즘이 성장할 여지가 생긴다.
넷째,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 전달자라는 직업적 한계에 얽매여 기능인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유능한 경제부 기자들 가운데, ‘정보 장사꾼’으로 전락해버린 후배들을 볼 때면 답답할 때가 있다. 시시콜콜한 정보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의 본업과 부업을 위해 이를 활용할 궁리만 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경제부 기자 생활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단순히 정보가 아니다. 그 정보들 너머에 있는 큰 흐름이자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이를 통해 상상력과 통찰력을 훈련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20년 전이나 10년 전은 물론, 지금도 여전히 경제부 기자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건 각종 유혹과 함정이 즐비한 길을 뛰는 일과 흡사하다. 어렵지만 보람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다른 어떤 일보다도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는 과정이다. 자기 반성과 성찰이 부족했던 우리 세대의 경제 저널리즘이 역설적으로 후배들에게 가르쳐주는 것 또한 바로 그 점이다.
김방희(생활경제연구소장·KBS 1라디오 <성공예감>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