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보금자리?
제232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MBC 김경호 기자
MBC 김경호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2.03 14: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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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김경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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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보금자리주택 분양가 4억원 안팎.”
정부가 서민을 위해 값싼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밝힌 내용입니다.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가 4억원 정도라면 분명 주변 시세에 비해 매우 낮은 가격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 4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서민일까?’
과연 어떤 사람들이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되는지 알기 위해 1차 보금자리주택 당첨자들의 서류접수장을 찾아가 당첨자들을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당첨자들에,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승용차를 모는 당첨자들까지….
그 중엔 서울 강남지역의 고급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타워팰리스’ 거주자도 있었습니다.
강남의 부동산업계에선 놀라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금자리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청약통장이 수천만원에 거래되고, 일부 부유층은 이미 자녀들에 대한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보금자리주택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장 취재 결과 불법적인 보금자리주택 분양권 거래는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정부가 서민을 위해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한다는 보금자리주택에 왜 서민이 아닌 사람들이 당첨이 되고, 불법 거래까지 이뤄지는 것일까….
답은 분양가에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오랜 추적 끝에 1차 보금자리주택지구의 택지비 산정내역을 단독으로 입수해 분양가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집 한 채당 많게는 1억원이나 부풀려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도저히 서민은 입주할 수 없는 높은 분양가가 고소득 당첨자들을 부르고, 불법 거래를 낳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집은 오랜 기간 가장 믿을 수 있는 ‘재산 증식’과 ‘투기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한동안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 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가 싶더니, 현 정부 들어 주택 정책은 매매 위주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서민을 위한다는 ‘친서민정책’이 오히려 서민을 내모는 현실은 비단 주택 정책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언론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힘든 취재 일정 속에서도 헌신적인 노력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준 장선아 작가님과 끝까지 믿어주신 데스크 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