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홍보지로 전락한 신문들


   
 
  ▲ 박상건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며 공부의 신을 꿈꾼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2008년 입시학원 매출액은 1조5천1백84억원. 전년 대비 72.3% 증가했다. 개인 입시학원 사업자 수입만도 5조4천1백20억원. 3천억원 규모로 형성된 학습기 시장에 입시학원이 뛰어들면서 입시 패키지산업으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렇게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현재 20조9천억원에 이른다.

신문섹션 교육면은 방학과 입시철 테마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맞췄다. 2009년 12월 6일 방학 전 주부터 올 2월 7일 개학 전 주까지 2개월간 중앙일간지 대상으로 ‘학습’ 이라는 키워드로 지면분석 결과 모두 4백29건, 그러나 소재는 대부분 기숙학원과 학습기였다. 동아일보는 “확고한 목표없는 재수, ‘1년 뒤의 웃음’ 장담 못한다”(2009년12월21일), “기숙학원특집…1년 뒤 성공을 그려라”(2010년1월27일), “기숙학원 선택, 재수 성공의 ‘절반’”(2010년1월18일), “방대한 입시DB…1명 1명 족집게 진학지도”(2010년2월1일), “대입 재도전-기숙학원특집”(2010년1월27일)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를 보면 “의지가 약한 학생은 주변 도움이 있을 때 학습효과가 더 높다”, “기숙학원에 있으면 모두 공부에 투자할 수 있다”, “재수는 선택 아니라 필수로 거쳐야 할 과정” 등 홍보성 기사에 공신의 하느님처럼 등장한 기숙학원장이 성적고민을 죄다 해결해줄 것처럼 털어놓은 인터뷰 기사와 광고란엔 어김없이 기숙학원이 등장했다.

조선일보도 “기숙학원, 강사진·학원 관리시스템 확인하고 선택해야”(2010년2월4일), “기숙학원에서 합격을 꿈꾼다-○○기숙학원”(2010년1월19일), “내게 꼭 맞는 재수 학원유형 찾기”(2010년1월19일) 등 기사에서 “국내 기숙학원 중 최고 입지에 최신, 최고급 신축 건물”, “타 기숙학원들은 각종 용도의 건물을 기숙학원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지만…”이라고 학원을 노골적으로 추어올리면서 경쟁업체 비방 문구까지 여과 없이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영·중·일어 학습기 ‘○○홀릭’”(2010년2월4일), “독서·어학공부…자기계발의 꿈 “(2010년1월26일), “교육 CEO인터뷰-어학 학습기 ‘○○홀릭’ 개발 ○○대표”(2010년1월18일) 등 학습기 기사를 실었는데 모두 한 업체 소개기사였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도와줄 기특한 전자제품”, “업계 최초 도입한 신개념 다국어 어학 학습기” 등으로 호평했다. 조선일보도 “이미지 업데이트”(2009년12월1일/2010년1월4일) 등 한 업체기사를 4개월 사이 총 4회 보도했다.

신문제호와 기자 이름만 빼면 홍보전단지와 다름없는 이런 보도경향은 진보매체 내일신문도 복사판이다(2009년12월11일). ○○학원장을 “자기주도 학습의 선두주자”라고 추어올리고 기사 말미에 친절하게 회사 전화번호까지 덧붙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해 한 학습기를 교육경영대상으로 선정했고 업체 사장 인터뷰를 크게 실었다. 그런데 같은 달 “이슈&현장…’드라마 간접광고 홍수’ 브레이크가 없다” 기사에서는 방송 드라마 중 학습기로 영어공부를 하며 주고받는 대사와 제품 클로즈업이 CF나 다름없다면서 방송사의 학습기 간접광고는 위법이라고 비판 보도했다.

신문 간접광고는 괜찮고 방송 간접광고는 위법이라는 주장이 민망하고 궁색하다. 한편 일부 학습기가 허위광고로 제재를 받았다고 보도한 매체는 서울신문 세계일보 연합뉴스에 불과했다.

세상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선과 정답은 없다. 그러나 교육의 백년대계는 민족의 미래를 가늠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언론의 교육보도에 대한 고민은 깊어야 한다. 광고주를 의식한 홍보성기사가 계속되는 한 언론의 영혼은 맑아질 수 없다. 신문이 위기다. 살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저널리즘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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