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천작] 김중식 시집 <황금빛 모서리>
삶을 향한 강렬한 자학 베어나
채석원 | 입력
2001.02.05 10:41:12
음악에 관한 글이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날이나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 아니면 엘리엇 스미스나 아랍 스트랩에 관한 글이라면 좀 더 글 쓰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다.
영화 글이라도 괜찮겠다. 글 쓰는 재주야 형편없지만 아톰 에고이앙이나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가 얼마나 재밌는지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문학에 대한 글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 십상이라 낯뜨거울 때가 많다. 소개할 책은 김중식의 시집 ‘황금빛 모서리’(문학과지성사 발행)다. 이 책은 ‘그래도 한때는 최선을 다해 방황했다’는 자서의 강렬함 그대로 여전히 나의 ‘문학하고픈 삶’을 지탱시키고 있는 소중한 시집이다.
그는 ‘알면서도 솟구치는 미친 피의 운명’을 알기에 적응할 수 없는 세상으로 기어나와 날개가 찢어질 때까지 울음 우는 매미의 입장에 서서 차라리 어둠을 달라고 자학하는 사람이다. 그는 또한 ‘내 삶이 가자는대로 갔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어야 한다’고 시집 뒷표지에서 고백할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다.
하지만 난 그가 썼던 글을 쓰고 싶으면서도 쓰지 못했고 그의 ‘용감한 자학’같은 고백을 숱한 술자리에서 털어놓고 싶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방황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집은 ‘고난받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나에게 여전히 열등감과 질투감을 안기며 곁을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끔 후배들에게 시집을 선물하는 것으로, 그리고 소주 몇병에 취해 술친구들에게 ‘호라지좆’이란 시를 외워주는 것으로 그를 향한 질투감을 표현하면서 젊음이 가져야만 하는 고단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
아직 이 시집을 읽지 않은 젊은 기자들에게 감히 일독을 권한다. 아직 가슴 속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남아있다면 고단한 생활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젊음이 공유해야만 하는 어떤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후끈한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채석원 전남매일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