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유재광 기자와 마녀사냥

[컴퓨터를 켜며]김성후 기자


   
 
  ▲ 김성후 기자  
 
MBC가 아이티 보도에 대한 사과방송을 낸 지 이틀 후인 지난 3일, 기사를 쓴 유재광 기자가 다음 아고라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짜깁기 왜곡 보도의 당사자로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던 그는 ‘강성주 도미니카공화국 대사의 말이 유엔 특별대사의 발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사과했다.

논란이 됐던 매트리스·맥주·샤워, 에콰도르 구조대와 인터뷰한 내용 등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구조활동에 체계적인 지원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기사의 취지였다”고 강조했다. 그로서는 MBC의 사과 방송으로 전체 리포트가 왜곡으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입 다물고 그냥 지나갔으면 만사 편했을 걸…”이라는 자조 섞인 후회의 말도 했다.

그는 아이티 지진 피해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과 동고동락하며 구조대의 열악한 생활에 주목했다. 현지 대사관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지원시설을 갖췄다고 했지만 그가 보기에 지원 체계는 여러 모로 허술했다. 맨 바닥에서 텐트 치고 자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에서 구조대 파견에만 만족하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을 포착한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은 아이티 현지의 119구조대와 도미니카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생활을 비교한 ‘지진 현장에 간 우리 외교관’ 리포트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팩트를 틀리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그도 인정했듯 전후 맥락을 밝히지 않고 도미니카 대사의 발언을 인용했다. 짜깁기 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맥주 부분도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사관 측이 구조대에게 맥주를 나눠 준 것은 기사가 나가기 훨씬 전 일이었다. MBC 한 중견기자는 “감정을 자제했어야 했다. 팩트 파인딩은 기사의 처음이자 끝이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이번 리포트로 만신창이가 됐다. 수 년 전 모교에서 기자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떡잎부터 싸가지 없는 기자로 치부됐고, 2004년 보도한 ‘쓰레기 만두’ 기사는 왜곡보도를 일삼은 기자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아이티 보도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옛날 일을 끄집어낸 것도 납득할 수 없거니와 이를 활용해 인신공격하는 행위는 마녀사냥이나 다름 없다.

MBC는 보도경위에 대한 추가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정확한 내막이 드러나겠지만 유 기자에게 과도한 책임 지우기를 해서는 안 된다.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담당 데스크는 물론이고 심지어 보도국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행여 새 보도본부장이 유 기자를 마녀사냥에 쓸 희생양으로 삼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월이 하 수상한 지금, 동료와 선후배들의 격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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