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민주주의와의 전면전 중단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예상대로 MBC 신임 사장으로 김재철씨가 선임됐다. MBC 기자 출신인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 당시 MBC 사장직에 응모했을 때도 한나라당 행사에 공공연히 참석해 왔다. 이러한 정치적 편향성은 공영방송 사장후보로 치명적인 결격사유로 지적되기도 했다. 방송문화진흥회를 통한 정권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쫓겨나다시피 한 엄기영 전 사장. 그의 빈자리에 한나라당 지지자인 대통령의 지인이 사장으로 온 것이다.

정권의 혜택을 입어 MBC 사장으로 임명된 김씨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장에 임명됨으로써 정권에 빚을 지게 된 김씨가 정권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방송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그는 사장 면접 당시 외부 인사를 영입해 PD수첩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을 억지로 기소한 검찰의 행위가 법이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 법원의 무죄 판결로 다시 한 번 확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진상을 다시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PD수첩을, 진상을 규명한다는 말로 을러온 친 정부 성향의 현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이 줄곧 해오던 말과 다르지 않다. 김씨의 사장 임명이 MBC의 공영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본질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우리는 김씨를 MBC의 사장으로 임명한 정권의 언론관, 더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또다시 지적할 수밖에 없다. 정권은 그동안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PD수첩 수사를 강행했고, 동시에 MBC 측에 PD수첩 문제를 들어 압박을 가해 왔다. PD수첩에 대한 정권의 뿌리 깊은 감정이 엄 사장의 축출에 이은 이번 사장 선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KBS와 YTN에 이은 이번 MBC의 사장 임명 과정에서도 정권은 언론에 대한 반민주적인 인식을 여지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PD수첩만 없다면, MBC만 없다면, 더 나아가 정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만 없다면 정부가 미국과 어떤 협상을 하더라도 탈이 없을 것이고 4대강 사업처럼 국민 대다수가 아무리 반대하는 정책이라도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그릇된 인식 표출의 결정판인 것이다.

정권이 비판 언론의 입을 막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정권 스스로의 논리가 취약하다는 것을 강력하게 입증하는 근거에 다름 아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보도에는 반대 논리로 대응하고 정당성을 입증하면 될 일이다. 토론을 하다가 논리가 부족하니 몽둥이를 집어 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정권은 MBC마저 손아귀에 넣으면서 민주주의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시민들은 언론자유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겠다면서 촛불을 손에 들었다. 정권으로선 언론장악의 대미를 완성했다며 흡족해할지 모르겠지만, 자유와 민주주의에 부침은 있었어도 후퇴는 없었다는 것이 그동안 역사의 교훈이었다. MB정권은 민주주의를 상대로 한 무모한 도전에서 물러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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