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얄리아 새 그림을 그리자

제233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부산 박세익 기자


   
 
  ▲ 부산 박세익 기자  
 
부산의 도심 하얄리아 미군기지의 공원화 취재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자로서 미래사회의 꿈을 펼쳐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얄리아 미군기지는 1백년째 일제와 미군에 강점됐던 도심 속의 땅이다. 부산시는 세계적인 조경설계가가공원 설계를 마쳤다며 공사만 하면 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하나둘 인터뷰하다 보니 각종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현장 측량은 물론이고 생태·조사·문화재조사조차 없이 조급하게 설계를 마쳤다. 모든 것을 토목공사하듯 일사천리로 진행된 그 과정 곳곳에는 지역의 정서나 시민의 의견, 전문가의 깊은 고민이 들어갈 시간도, 기회도 없었다.

하얄리아 공원 콘셉트디자인을 했던 뉴욕 필드오퍼레이션스사의 제임스 코너 대표는 “부산시가 설계와 조성과정에서 너무 조급했고 문제가 많다”고 직접 밝히기까지 했다.

행정팀장인 이병철 차장과 해당 미군기지를 관할하는 경찰팀 김진성 기자 등 3명으로 특별취재팀이 구성됐다. 탐사보도방식으로 공원조성의 문제점을 심층취재한 뒤 공공저널리즘의 기법을 도입해 부산일보가 촉매가 돼 전문가와 시민, 행정, 정치권이 모두 모여 미래 공원의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데 합의했다.

우선 전문가로 구성된 FGI(Focus Group Interview)로 취재를 시작했다. 갖가지 문제점이 쏟아졌다. 여기에 3개월간의 현장 취재와 각종 자료 발굴을 통해 ‘하얄리아 새 그림을 그리자’ 시리즈가 보도됐다.

이후 취재에 참여한 도시계획, 공원, 조경, 건축 전문가, 복지, 환경, 여성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과 함께 ‘하얄리아 공원 포럼’을 결성했다. 6개월에 걸친 포럼 내용을 매달 보도해 ‘지역 공동체 공론의 장’으로서 역할 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스스로 포럼을 찾아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반영해 설계를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럼 회원과 취재팀 10명은 지난해 12월 열흘간의 일정으로 미국 주요 공원을 방문했다. 공원 성공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취재여행이었다. 물론 자원봉사였다. 회원들은 직장에서 연월차를 내고, 왕복항공권 경비도 개별 부담했다.

공원 전문가들은 “시민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이는 모두 ‘하얄리아, 미국에서 길을 묻다’라는 또 다른 시리즈로 보도해 지역 사회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앞으로도 부산일보의 ‘하얄리아 프로젝트’는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시민이 사랑하는 공원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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