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투위 명예회복은 이 시대 양심의 승리"

동아투위 결성 35주년 기념 고인 합동추도식


   
 
  ▲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동아투위 결성 35주년 기념 고인합동추도식이 열렸다.  
 

“35년이 지나도록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남아있는 우리가 부끄럽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자유언론실천운동에 목을 바칠 것입니다. 승리의 기쁨을 먼저가신 동지들의 영전에 바치겠습니다.”

정동익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끝내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투위 결성 35주년 기념 고인합동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던 그의 등 뒤에는 영정 사진 속의 작고한 14명 동아투위 위원들이 옛 동료들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35년 전 오늘, 3월17일은 자유언론실천을 요구하며 회사에서 농성 중이던 동아일보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강제로 해산당한 날이다. 그날 회사 밖으로 끌려나온 이들은 다시는 정든 직장에 돌아가지 못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14명의 동료들이 먼저 떠나갔다. 그중 조민기 위원은 서른다섯살, 안종필 위원은 마흔세살, 이의직 위원은 마흔일곱살의 아까운 나이였다. 그렇게 소원하던 명예회복과 복직은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았다.




   
 
  ▲ 작고한 동아투위 위원의 유가족이 헌화를 하고 있다.  
 
그들이 해직당할 때 코흘리개였던 아이들도 어느덧 아버지, 어머니만큼 자랐다.

고 이의직 위원의 아들인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를 보자 아버지의 친구들은 손을 꼭 잡았다. “여전히 아버지를 닮았다” "네 책 열심히 읽었다"고 반가워했다. 그는 유가족을 대표해 단상에 섰다.

“이해인 수녀님은 김수환 추기경님을 느티나무에, 법정스님을 소나무에 비유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두 분 뿐 아니라 우리 동아투위 위원님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들을 떠올렸습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동아투위 문제는 반드시 풀려야 합니다. 이 분들의 명예회복은 이들에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이 시대 양심의 명예회복이기 때문입니다.”

성유보 전 동아일보 기자는 성명서를 읽어내려갔다.

“우리는 정부와 동아일보사에 ‘즉각 사죄, 원상회복’을 요구합니다. 언론인 여러분! 여러분들이 제2의 언론자유운동, ‘표현의 자유운동’을 과감하게 펼쳐 나가야 할 때입니다. 국민 여러분,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갑시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 확립을 위한 3대 시민운동을 제안했다.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은 논쟁이 아니라 토론에 맡기고 생각이 같은 것들은 함께 실천한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데나 ‘좌익이다’ ‘빨갱이다’라고 몰아붙이는데 악용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을 벌인다” “스스로 ‘사상의 심판관’을 자처하는 언론, 또는 언론인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론기관’ 또는 ‘언론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범국민적 ‘표현의 자유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기념식장의 자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꽉 채워진 채 변함이 없었다. 박수 소리에 울리는 창문 너머에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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