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사태, 모든 의혹 밝혀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자신의 ‘말 덫’에 걸려 물러났다. 그가 말한 것은 설화(舌禍) 그 자체였다.
“김재철 사장(MBC)이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까였다?” “MBC 내의 ‘좌빨’ 70~80%는 척결했다… (내가 김재철 사장에게) 청소부 역할을 해라(하니까) 청소부 역할을 한 것….”

군부독재 시절 이야기가 아니다. 2010년 현재, G20 정상회의 개최국에서 그것도 대표적 공영방송 최대주주의 전 이사장이 신동아 4월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들이 주장했던 ‘방송 정상화’ 그림의 일부가 김 전 이사장의 입을 통해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에서 시작된 ‘방송장악 매뉴얼’이 YTN, KBS 낙하산 논란, 미디어 악법에 이어 MBC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현실에 놀라움을 넘어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

김 전 이사장은 사퇴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문제가 된 발언 이후 방문진 내부는 물론 여당 인사까지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 전이사장의 자진 사퇴로 그냥 덮고 가기엔 사안의 본질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큰집에서 누가 불렀는지, 조인트는 누가 깠는지, MBC 내의 ‘좌빨’ 청소는 누가 했는지 등 진상을 분명히 밝히고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막가파식 발언의 진위 여부를 넘어 최고 권력기관과 방송사 수뇌부간 유착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속이면서까지 그들이 얻고자 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주요 언론사에 낙하산 인사를 배치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내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 재창출을 일궈내는 것이 본질인 것이다.

이번 사건은 현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가 얼마나 치밀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의혹의 연결고리로 엮여 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MBC 김재철사장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기자생활을 수십년한 사람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자문해봐야 한다.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난다. 김 사장 스스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용퇴를 해야 맞다.

김사장은 또한 19개 지역 MBC계열사와 9개 자회사 사장단에 대한 무리한 인사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한다. 김 사장이 아무리 MBC사정에 밝다고 하나, 며칠 만에 22명의 사장교체를 전격 단행한 것은 석연치 않다. 더구나 이들은 임기 1년밖에 남겨두지 않았음에도 한꺼번에 교체한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 안된다.

MBC에서 31년간 재직해 온 김재철 사장. 김 사장은 MBC구성원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어떤 결단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도마뱀 꼬리 자르듯 마무리 지어선 안된다. 더 큰 의혹과 사회적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한 치의 의혹 없는 진실 앞에 당사자들은 사죄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것만이 상처받고 상실감에 빠진 언론인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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