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새만금 리포트 저자 문경민 기자

"문제점과 현재 상황 등 있는 그대로 썼습니다"

“새만금 사업의 시작과 문제, 현재 상황을 그냥 보여주자는 생각에서 썼습니다”

문경민 전 전북일보 경제팀장은 ‘새만금 리포트’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문 기자가 ‘그냥 보여준’ 이 책은 새만금 개발과 환경 보존으로 주장이 맞서는 정부-시민단체로부터 모두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농업기반공사는 이 책의 발간 직후 1000여 부를 구입했다. 이 중 100권은 직원들의 필독서로 모든 간부들에게 한 부씩 구입하도록 했다. 국회의원 등의 방문객에게 사업 현황을 설명하는 자료로도 이용한다. 농업기반공사는 이 책을 ‘새만금 문제에 대해 바르게 보도를 해달라’는 뜻에서 언론사에도 보냈다.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의 박승해 조사설계과장은 “우리를 두둔한 것도 아니고 환경 단체의 입장을 대변한 것도 아니어서 객관적인 자료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새만금 개발을 반대하는 10여개 환경단체에서도 개별 구입했다. 주용기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지방 언론사주들이 대부분 건설업과 연관이 있고 지방지가 계도지로 많이 들어가다 보니 도내 언론이 개발 반대 여론을 소홀히 다루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책은 양측의 입장을 동등하게 다뤄 새만금 사업을 올바르게 알리는 데 매우 유용한 자료”라고 말했다.

개발과 환경 보존 사이의 균형잡힌 시각 이외에도 이 책은 새만금 사업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꼼꼼하게 자료를 정리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장점으로 꼽힌다. 새만금 사업의 규모와 내용, 역사를 시작으로 정부-환경 단체의 갈등, 학계의 논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그리고 정부 유관 부처 사이의 반목까지 고스란히 ‘리포트’화 했다는 것.

얼마 전 새전북신문 정치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문경민 기자는 “모아 온 자료를 사장시키기가 아까워서 썼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사실 이 책의 자료 가치를 가장 먼저 인정한 것은 삼성언론재단. 재단측은 99년 지방 언론사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문 기자에게 저술 지원을 했다. 문 기자는 출판을 하면서도 500쪽에 달하는 부담스러운 분량을 ‘양보 없이’ 그대로 묶었다.

그리고 서문에서 밝힌 대로 ‘그냥 보여주기’의 위치를 놓지 않는다. 찬반 토론회에 나와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관찰자의 입장에 남겠다는 생각 때문. 문 기자는 “지역 기자로서 새만금 문제는 놓칠 수 없는소재”라고 말한다. 책 겉장에는 ‘부딪힘과 뒤섞임에 관한 1차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냉정한 전망까지가 기자의 몫”이라며 높지 않은 목소리로 밝히는 그의 말속에는 지역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과 애정이 치열하고 뜨겁다. 갯벌을 메워 지도를 바꾸는 새만금 간척이 개발과 보존의 새로운 전선(戰線)을 형성하는 동안 문 기자의 ‘새만금 리포트’는 출판 저널리즘의 모범 답안 하나를 조용히 메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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