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복귀와 언론의 한계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건희 전 삼성그룹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재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삼성그룹의 어느 누구도 이건희 전회장의 복귀를 반대할 수 없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오죽하면 ‘황제’라는 표현이 나왔겠는가. 사실 그는 회장 자리에 앉아 있든, 회장 자리에 앉아 있지 않든 삼성그룹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삼성그룹이든, 어느 그룹이든 ‘퇴진의 변’이 있으면 ‘복귀의 변’이 있기 마련이다. 이건희 회장 복귀의 변은 지난 24일 삼성그룹 트위터를 통해 나왔다.

“지금이 진짜 위기이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이건희 회장의 복귀 모습은 퇴진 당시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머리숙여 퇴임사를 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트위터를 통해 복귀사를 밝힌 것은 여러 가지 복선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국민들에 대한 송구스러움은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앞만 보고 가자”고 호소하는 것은 자신의 복귀 이유를 더 이상 캐묻지 말고 덮어달라는 얘기로 들린다.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정당성 문제를 제기한 경향, 한겨레를 제외하고 모두 유화적이거나 청유형이었다. 실제로 국민·동아·중앙일보 등은 25일자 사설을 통해 ‘도요타 사태’ 등을 예로 들며 ‘삼성 위기론’을 내세워,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경영복귀는 당연하다는 논조를 폈다. 또한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나머지 신문들은 정도경영을 주문하고, 오너 중심의 ‘과거 회기’를 경계했다.

언론은 그의 경영 복귀를 반대하거나 그의 복귀는 정당성을 철저한 반성을 전제로 해야 함을 짚었어야 했다. 삼성 측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와 설명에만 근거해 위기상황이니 그가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따라가는 보도는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었다고 우리는 믿는다. 언론은 그가 기업위기를 명분으로 복귀한 것에 대해 좀더 예리하게 비판했어야 했다.

삼성그룹회장으로 있을 당시 그의 퇴진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촉발된 불투명 경영, 부도덕적 경영 등을 계기로 이뤄진 것이다. 이 회장은 본인이 직접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다음 퇴진선언을 했다. 하지만 그의 복귀 선언은 퇴진 당시의 약속을 완전히 망각했다. 삼성 측은 평창 동계올릭픽 유치, 도요타 리콜사태로 촉발된 위기감 등을 복귀를 위한 배경으로 들고 있다. 삼성 측은 그의 복귀가 삼성을 위기에서 구출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의 ‘황제경영 복귀’는 도요타 리콜과 같은 자만에 빠진 경영으로 인도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국내 언론은 이런 점들을 더욱 세밀하게 따졌어야 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를 보도한 국내언론의 물렁한 보도를 보면 정계·재계·언론계에 큰 인맥을 형성한 삼성의 황제는 대단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언론은 위기를 명분으로 한 그의 조급한 복귀를 이해하기보다는 이건희 회장에게 더욱 철저한 반성과 혁신을 촉구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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