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투명한 정보공개 절실하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흔히 국방부 출입기자는 ‘3실 기자’라는 농담이 있다. 대변인실, 기자실, 화장실 외에는 어느 곳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출입기자들에 대한 군 당국의 정보 통제가 엄격하다는 의미다. 물론 군사 기밀은 함부로 노출돼선 안된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 군 당국은 공개가 필요한 정보, 국민들이 응당 알아야 하는 정보까지 통제하고 있고, 대신 엉뚱한 정보를 내놓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난달 26일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군 당국은 갖고 있던 정보를 철저히 통제했다. 기밀이라고 판단되는 정보는 물론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기밀로는 볼 수 없는 정보 역시 공개되는 것을 꺼려했다. 심지어는 실종자가족이 사고 현장을 방문하는 모습까지 언론사의 접근을 막았고, 그 바람에 2개 언론사는 기자를 실종자 가족으로 위장시켜 취재하다 발각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연평해전 당시 생존 군인들에게 환자복을 입고 인터뷰를 하도록 한 국방부의 적극적인 모습과 대조된다. 국방부의 이런 ‘정보 봉쇄정책’으로 인해 언론은 지금,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기사를 쓰고 있다.

어설픈 정보통제 혼란가중
그러나 어설픈 정보 통제로 인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날, 한 신문을 보면 기뢰가 유력한 원인이라는 기사가 1면을 장식하고 있지만, 또 다른 신문은 ‘기뢰가 원인일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기사를 비중있게 올렸다. 문제는 두 기사가 모두 ‘군 당국자’의 워딩에 근거한 기사라는 점이다.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지만, 그 정보는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고, 누출된 정보로 인한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가공해 기사를 쓰는 언론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의적으로 상황을 통제하려는 군 당국에 더 큰 잘못이 있다.

더구나 군 당국은 사고 원인과 관련한 각종 추측보도에 대해서도, 말로만 해명을 하고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불충분한 해명은 새로운 의혹을 낳는 법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될수록 언론사의 취재 전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정보를 틀어쥐고 있는 군 당국의 고집 때문에 천안함 침몰 사고는 진실게임으로 빠져들고 있다. 심지어 군 통수권을 가진 대통령에게는 제대로 보고를 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군으로서는 부끄러운 상황이다.

사고시각 번복 혼란 그 자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문을 보고 뉴스를 접하는 수용자 입장에서는 도무지 혼란 그 자체다. 사고의 가장 기초인 사고 발생 시각부터 벌써 몇 차례 바뀌었고, 사고 원인 역시 내부 폭발에서부터 기뢰, 어뢰까지 오락가락이다.

천암함이 왜 사고 해역에 갔는지, 속초함이 새떼로 오인해 사격을 했다는 건 사실인지, 사고 직전 교신 내용은 공개된 게 전부인지, 군이 촬영했다는 열상감시장비 역시 공개된 1분20초 이외에 전체 원본 40분 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궁금증은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 말만 듣고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군 당국은 신속하고 정교한 정보 공개를 통해 명쾌하게 상황을 정리하기 바란다.

아니면 말고 식의 추측보도를 무한정 쏟아내는 언론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사의 양이 많아지면서, 꼼꼼한 취재와 냉철한 분석 없이 보도하는 기사들의 수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장기전에 들어가는 지금 언론에 필요한 것은 치열한 특종경쟁보다는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기본 정신이다.

그러나 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은 결정적 근거 없이 북풍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 언론의 태도다. 아직 명확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는데 아예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짓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로 결론날 경우 군은 책임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고, 보수층은 선거를 앞두고 세력을 규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론이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과 다를 경우 가져올 결과는 한반도의 지형과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더구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일부 언론의 자세는 심히 우려스럽다. 군 당국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절실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 자율적 보도 가이드라인 절실

따라서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언론도 자율적인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언론은 이미 입시 보도나 자살 보도 등에서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천안함 사고처럼, 정보가 불충분해 혼란이 가중될 수 있고, 나아가 국익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에 대한 총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나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나 북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내 언론끼리의 소모적 속보 경쟁은 국익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천안함 사태는 2010년 이후 한반도 정세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메가톤급 사건이다. 이런 때일수록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군 당국은 절제 있지만 명쾌하게 필요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동시에 언론 역시 차분하게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진실’ 앞에 냉정해져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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