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국방부 국민이 두렵지 않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4.13 23:00:39
이쯤 되면 거짓말도 상습적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국방부 얘기다.
국방부는 12일 또 거짓말을 했다. 이날 국방부는 천안함 함미 인양작업을 했다. 오후 2시30분에는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 그런데 오후 3시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는 “오늘 인양작업은 없다”고 시치미를 뗐다. 오후 5시 뉴스를 통해 천안함 함미 인양작업 사실이 전해졌다. 국방부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기자들은 황당해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국방부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결국 텔레비전 시청자도 아는 사실을 기자들이 모르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방부가 기자들을 또 바보로 만든 셈이다. 국방부의 거짓말에 대해 여론의 질타를 그렇게 받고도 제 버릇 남 주지 못했다. 정말 맷집도 이쯤 되면 세계 챔피언급이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막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를 의심하는 기자들 때문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일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언론 보도를 겨냥해 “(언론이) 소설 쓰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말을 했다. 국방부 장관과 대변인이 나서 언론을 향해 마치 전쟁을 선포한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 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생존자 ‘환자복 기자회견’은 유치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국방부는 멀쩡한 군인들에게 환자복을 입혀 교수대에 끌려나온 ‘죄인’처럼 만들었다. 동정심을 유발하겠다는 얄팍함은 여론의 무수한 질타로 이어졌다. 이날 회견장에는 생존자 58명 가운데 57명이 나왔다. 그런데 회견이 끝난 뒤 이 중 46명이 멀쩡하게 평택2함대로 복귀했다.
국방부는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선 생존자들의 증언이 필요한데도 이들을 숨겼다. 이날 기자회견도 왜 생존자들의 접촉을 차단하느냐는 실종자 가족들과 여론의 비판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서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상식 밖이었다. 환자복을 입은 채 부동자세로 앉은 군인들이 군 수뇌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들의 의사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이는 함구령보다 더한 진실 은폐행위이고, 생존자와 국민들을 모두 바보로 만든 행위다.
고 남기훈 상사의 시신 수습 때는 백령도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들이 ‘취재지원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돌아왔다. 그런데 해군 공보담당자들은 기자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기자들이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고 나서야 남 상사의 시신이 수습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국방부에서 해군에 이런 사실을 통보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이 얼마나 정보공개에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가지면서 자신들끼리도 정보를 감추기에 급급하다가 일어난 해프닝이다. 결국 백령도에서 취재기자들을 상대하는 군인들은 ‘얼굴 마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달 26일 천안함 참사가 일어난 이후 지금까지 사고 원인 규명은 물론이고 실종자 수색조차 별 성과가 없다. 정부는 사고 대응에 무능함의 극치를 보였다. 이런 와중에 국방부는 철저한 정보 통제와 말 바꾸기, 거짓말로 실종자 가족들을 두 번 울리고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천안함 사고 이후 그나마 진실에 조금씩이나마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일선에서 온갖 고생을 감내하며 취재한 기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방부 발표를 받아쓰고만 있었다면 아마 기자들은 국민들보다도 더 정보가 없고, 진실에 어두웠을 것이다. 국방부의 뼈저린 반성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