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천안함사고 추측보도 지나치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5.04 08:59:11
우리는 며칠 전 천안함 장병 46명의 영정을 떠나보냈다. 가족들의 오열 속에서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답답함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들이 왜 쓰러져 가야 했는지 우리는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이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장례를 치러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많은 의혹이 여전한 데 북한 개입론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국방장관, 해군참모총장 등 군 최고위층은 연일 ‘응징’과 ’보복’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고 있다. 이들은 이미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 지은 듯하다. 북한 개입에 대한 실증적 근거는 어느 것 하나 제시되고 있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조선일보 등 이른바 보수 언론들이 북한 공격설 부추기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는 KBS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언론들은 언제부턴가 의혹 규명은 한쪽 귀퉁이로 밀어둔 채 북한 소행 가능성에 지면과 전파를 할애하고 있다.
이들이 전하는 보도내용은 주로 “~한다면”, “~듯” 등 가정과 추측을 통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명확한 근거는 없다. 그런데도 교묘한 편집과 방송 테크닉을 통해 독자와 시청자가 그렇게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앙일보는 “원수에 통쾌한 보복을 안겼다”는 함경북도 한 공장의 관리의 말을 1면 머리기사로 싣는가 하면 조선일보는 급기야 ‘인간 어뢰설’까지 등장시켰다.
이 ‘인간어뢰설’ 기사는 인터넷 공간에 ‘인간어뢰 패러디’를 등장시켰다. 한 누리꾼은 ‘인간어뢰 개념도’를 빗대 ‘북한 물수제비 어뢰 개념도’를 댓글로 올리면서 ‘너희들만 상상력 있느냐’고 비꼬았다.
미국의 LA타임스는 “한국에 제임스 본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들이 퍼지고 있다”며 그 진원지로 한국 보수언론을 지목하기도 했다.
우리는 ‘북한이 공격하지 않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는다.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불온한 의도’를 지닌 여론몰이식 보도의 위험성이다. 과거에도 보수언론과 보수정권이 ‘안보와 사상’을 무기로 많은 사람들을 억울하게 한 사실(史實)을 기억하고 있다.
천안함 사고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어뢰 가능성을 놓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많은 국민이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북한 개입론에 선뜻 수긍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럴수록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진실규명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정권 스스로도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유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들이 말하는 투철한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첩경이다.
군함이 침몰하고 장병 46명이 숨지는 슬픈 사건을 ‘안보장사’, ‘표 장사’에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죄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