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언론 달라졌나
법조기자 개개인 자성…관행은 여전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10.05.19 13:11:01
“검찰 개혁에 언론이 나서야” 지적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전대미문의 비극적 사건이 벌어지자 사회 각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언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피의자의 인권을 간과한 검찰·경찰 수사 보도 관행에 대한 자기반성이 잇달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언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경향신문은 지난해 6월 검찰·경찰 수사 보도를 신중하게 하겠다고 지면을 통해 천명한 바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 엄격 적용, 수사 과정의 문제에 대한 심층 보도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경향의 한 관계자는 “그후로 검찰이 은근히 정보를 흘리거나 다른 언론에서 보도를 해도 신중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현장에서는 갈등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장의 상황은 간단치 않다. 기자들의 고민은 깊지만 속보 경쟁, 열악한 취재환경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라는 양면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젊은 법조기자로서 대통령 서거를 지켜본 한 방송사의 기자는 “노 대통령의 서거는 정말 충격적이었고 현장 법조기자들에게 경종을 울렸던 사건”이라며 “이후 주위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고민을 거듭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법조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는 “기자 개개인은 반성의 계기로 삼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며 “이는 기자들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인 합의가 뒤따라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오히려 취재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음성적인 언론플레이가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검찰이 올 초부터 시행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 때문이다. 검찰의 취지는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를 막아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나 실제로는 정보 통제와 언론플레이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않다.
한 방송사의 법조 기자는 “준칙 시행 이후 공식적 취재장벽이 훨씬 높아졌다”며 “그러면서도 음성적 루트를 통해 선별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언론이 자율적으로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과 시민사회가 인권보호와 알권리 충족 사이에서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찾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언론이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되는 것도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주민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모든 문제는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면서도 국민으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검찰에 있다”며 “언론의 사명이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것이니만큼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집단인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언론이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