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지역밀착 기사는 우리동네 이야기"

지역신문 킬러 콘텐츠를 찾아서



   
 
   
 
지역신문에는 소위 중앙일간지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가 넘친다.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은 물론 지역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 역시 지역신문들의 몫이다. 이른바 콘텐츠의 시대다. 그리고 지역의 콘텐츠가 경쟁력이다. 지금 지역신문들은 어떤 ‘킬러콘텐츠’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을까.


우리동네 이야기를 써라
무엇보다 지역신문들의 경쟁력은 주민들 속으로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유명인이 아닌 사람들을 소개하고 기사화하는 작업은 지역사회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보도를 통해 이 신문이 지역민들의 것이라는 ‘주인의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일례로 경상일보는 2006년부터 ‘울산미소 365’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 1명씩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내보내고, 이 사람이 웃는 이유를 설명하는 식이다. 화제가 되는 사람이 아닌 그저 소시민이 주인공이다.

“미나가 결혼했어요. 신혼의 단꿈을 꾸며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우리 집에 고소한 깨소금 사러 오세요.(김미나, 울산 중구 우정동)”, “나의 분신 김란, 졸업작품 한다고 고생이 많다. 노력한 만큼 걸작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우리 딸, 파이팅!(김신배, 울산 남구 옥동)”

경상일보의 이 기획은 울산시민들로부터 앙코르를 요청받아 현재 다시 연재 중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경상일보에 갖는 친밀도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경남도민일보는 8년여간 ‘빼다지를 열다’라는 코너를 통해 독자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사연을 싣고 있다.

30년 전 야유회 풍경, 40년 전 어린 딸들과의 나들이, 어르신의 70년대 총각시절 얘기, 41년 전 결혼식 풍경, 50대 아주머니가 23살 때 방직공장에 다녔던 사연 등 30~40년 전의 독자들이 경험한 뜨끈하고 재미있는 사연들이 커다랗게 실리고 있다.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는 각 지역의 마을을 소개하고(강원일보 ‘신강원기행’) 행정의 말초신경이자 봉사자인 이장들을 조명(강원도민 ‘우리동네 지킴이’), 지역민들과의 스킨십을 넓히고 있다.

울산신문은 신생아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울산 새내기’라는 제목의 연재기사로 가족간의 사랑 이야기에서부터 경이로운 출산경험, 아이에 대한 바람 등을 사진과 함께 실어 젊은 부부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고 있다.

이 밖에도 이미 잘 알려진 영남일보의 ‘동네 늬우스’, 전북일보의 ‘웃는 얼굴’, 경남일보의 ‘사람의 향기’ 등이 같은 취지의 기사들이다.

특히 영남일보는 본사 기자 20명에게 동네기자 역할을 부여해 이들이 각 마을의 편집장 역할을 맡도록 했다.

진정한 지역밀착형은 ‘우리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신문들이 동네 이야기를 더욱 활성화하는 적극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남일보 정남석 지회장은 “처음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소리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읽을거리가 많다는 얘기가 더 많아졌다”며 “지역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물론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도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문화, 역사, 정보를 집약하라
지역신문들이 각 지역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고 있는 것도 ‘킬러콘텐츠’로서 손색이 없다. 제주지역 언론들이 대표적이다.

제민일보는 ‘대하기획-제주잠녀’ 시리즈를 통해 잊혀져 가는 여성문화인 잠녀를 제주문화 전면에 부각시켰다. 나아가 최근에는 제주 유배문화를 조명하며 새로운 문화적 해석을 하고 있다.

한라일보는 대표적 관광명소이기도 한 오름의 지하에 일제가 파놓은 갱도 기지를 일일이 탐사해 ‘일제 전적지를 가다’라는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한 제주 화산섬 세계자연유산 기획을 통해 제주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매일신문의 경우도 ‘2009 낙동·백두를 가다’라는 52회짜리 탐사 기획으로 지역 전반을 누비며 그 지역의 역사, 전설, 문화 등을 집대성했다. 또 ‘신낙동강 시대 마을을 가다’라는 제목으로 4대강 정비사업으로 변화될 처지에 놓인 낙동강 부근의 마을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 밖에도 각 지역신문들은 향토문화와 역사를 조명하는 것을 넘어 새롭게 지역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지역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중앙언론이 접근할 수 없는 킬러콘텐츠다.

문화와 역사 이외에도 각종 지역정보를 집약해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국제신문은 1993년부터 ‘근교산 시리즈’를 싣고 등산로를 개척, 이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기자들이 산을 찾아 새로운 등산로를 만든 것. 초창기에는 부산 경남권의 산행코스 개척과 소개에 집중했지만 이후 호남권, 충청권, 강원권까지 가리지 않고 직접 답사 취재를 하고 있다.

그간 출판된 근교산 단행물 시리즈만 11권으로 등산관련 서적 부문에서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국제신문은 또 1996년부터 지금까지 수중 취재를 통해 5백여 건의 기획기사를 쏟아냈다. 이른 바 ‘바다 속 지도’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구축된 사진만 7천여 장으로 국내 유일의 자산인 셈이다.

강원일보와 강원일보는 강원도 인사 5만여 명의 사진과 인적자료를 구축하고 있다. 매년 강원연감과 강원인명도감을 통해 정보를 갱신하고, 업데이트한다. 강원도 인물정보를 꽉 쥐고 있는 셈이다.

무등일보도 1만5천명의 호남 지역인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인맥찾기’ 등 서비스를 해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각 지역신문들이 농산물, 해산물, 교육 정보, 맛집, 여행 등 각 분야 정보를 수집해 집약한다면 어느 언론사든 ‘킬러콘텐츠’를 소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에도 눈을 떠라
지역신문들도 이제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역 블로거들과 연합하거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출신 유저들과 교류하는 것이다.

일례로 경남도민일보는 ‘1인미디어-갱상도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줄여서 ‘갱블’로 부른다. 일종의 메타블로그인데 경상도 블로거들의 글을 신문사 홈페이지에 링크하고, 이 중 눈에 띄는 글은 뽑아 매주 1개 면을 할애해 보도하고 있다.

조재영 경남도민일보 지회장은 “기사형식이 아닌 자유로운 글로 기자들과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의 호응도가 좋다”고 말했다.

충청투데이도 일주일에 한 번 블로그 기자단의 글로 엮은 ‘따블뉴스’에 1개 면을 할애하고 있다. 부산일보도 TV-U, 시민 VJ 등 온라인 시민참여 저널리즘을 확대시켜 운영하고 있다.

최진순 중앙대 겸임교수(한국경제 기자)는 최근 한 글에서 “지역민이 돈을 쓰고 시간을 보내는 공간과 분야에 대해 데이터를 갖고 분석해야 한다”며 “지역신문의 미래는 킬러콘텐츠와 온라인 대응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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