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정성 논란은 숙명…좌우·여야 떠나 인정받아야"

기자 출신 여당 대변인 안형환 의원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기자 출신으로서 한나라당 대변인에 임명된 안형환 의원을 만난 날,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인터뷰 중에도 그의 휴대전화 벨은 쉴 새 없이 울렸다. 대부분 기자들이라고 했다. “의원 당선 뒤 여러 일이 많았는데 대변인 생활을 하면서 더 정신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안 의원은 2년6개월 전만 해도 기자였다. 취재하는 입장에서 ‘당하는’ 입장이 돼 느낀 점이 많을 법했다. 그는 기자는 “질문하는 직업”, 정치인은 “답을 내놓는 직업”이라고 했다. 얼마 전 “위장 전입 문제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던 그는 “전 정권 때부터 공직 후보자를 이 문제로 탈락도 시켰다가 어느 경우엔 묵인도 해 일관된 잣대가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답하는 이로서 뜻을 정확히 전달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속칭 ‘갑과 을’을 다 경험하게 된 그는 ‘논리적 대변인’을 지향한다. 품격있는 언어, 신사적 태도로 상대방도 “일리 있다”고 인정하는 대변인이 되겠다는 말이다.

그는 대변인임과 동시에 국회 문방위원이다.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그의 친정 KBS는 자주 입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수신료 인상 및 공정성 논란은 그에게 낯선 주제가 아니다. “이전 정권에서는 우파·한나라당이 KBS가 불공정하다며 수신료 인상을 반대했죠. 정권이 바뀌니 좌파·야당이 똑같이 주장해요.” 그는 이를 ‘KBS의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KBS가 BBC처럼 좌우·여야를 떠나 공정성을 인정받아 이 숙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BS 기자 사이에서 공채 18기는 “인물 많고 잘나가는 기수”라는 평을 듣는다. 안 의원 역시 18기다. 동기 다수가 해외 특파원 근무 중이다. 기자생활에 미련은 없느냐고 묻자 기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데스크를 일찍 맡은 편입니다. 기자는 역시 현장에 있을 때 행복합니다. 취재기자 생활을 오래 못했던 게 아쉬워요.” 그러면서 “기자는 가장 매력있는 직업”이라며 “내 자식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겠다”고 단언했다.

그만큼 정치 입문했을 때 의아해한 회사 동료들이 많았다. “정치색이 없었던 안형환이 정치를 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1년간의 하버드대 연수를 계기로 꼽았다. “그 기간 동안 탄핵정국을 맞았어요. 타국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했죠. 세계의 관심은 온통 ‘미래’인데, 우리는 정치 때문에 나라가 흔들렸습니다. 우리 미래는 누가 말할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기자의 본분인 ‘문제제기’를 넘어 ‘해법’을 제시하고 싶다는 고민이 거듭될 무렵, 출마 제안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1995년 광개토대왕릉 훼손 실태를 국내에 첫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당연히 이를 기자 생활 중 최고의 기억으로 삼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그는 2000년 북쪽 백두산 천지에서 생중계 리포트하면서 했던 즉석 클로징 코멘트를 생생히 기억했다.

“저는 어렸을 때 지도책에서 백두산 천지를 볼 때마다 생전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건너편 중국 쪽에서 천지를 내려 봤습니다. 그때 평생 북한 쪽에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 년 만에 제 판단은 잘못됐고 이렇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꿈, 통일도 갑자기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던 그는 “내 꿈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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