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문화부장관후보의 사퇴는 사필귀정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명박 정부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면서 밀어붙이던 8·8개각이 결국 김태호 총리 후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의 자진사퇴로 파탄을 맞았다. 인사청문회가 열리자 우리 기자들은 한때 언론계에 몸 담은 동료였던 신재민 후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하지만 부도덕과 탈법으로 점철된 그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면서 우리는 일찌감치 그가 자격미달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과거 행적을 청와대에 보고했는데도 “괜찮을 것”이라며 밀어붙인 청와대의 도덕적 수준에 대해 우리는 더욱 깊은 실망감을 갖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신 후보의 자진사퇴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본다.

‘까칠 재민’이라는 표현은 주지하다시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게 붙은 별명이다. 이 별명은 그가 주변사람 또는 아랫사람에게 오직 원칙대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면서 직설적으로 몰아붙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까칠 재민’은 스스로에게만은 한없이 물렁물렁했던 것 같다. 자신에게는 ‘물렁 재민’이었던 것이 이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신재민 후보는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행태를 보였다. 김태호 총리 후보 등 12명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서 불과 3,4명을 제외한 후보자들이 상당한 결함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로운 얼굴이라면서 제시한 김 총리 후보의 부도덕성과 식언(食言)도 가관이었지만, 우리는 특히 신재민 후보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동료 언론인이었다는 점에서 특별히 그의 자질 부족과 부도덕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 기자들은 한때 동료로서 수치심과 자괴감을 느낀다며 몸을 떨고 있다. 

어찌 보면 신 후보는 장관이라는 고위 공직자 후보로서 평범한 국민들에게 높은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역본보기’를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8월 한 달간 국민들은 잠자고 일어나면 언론에서 터져 나온 신 후보의 부도적인 과거 행태를 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부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태는 다양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 후보는 1993년 이래 지금까지 수도권의 돈이 될 만한 지역에서 모두 17차례나 부동산을 사고팔았다. 이 때문에 그는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샀으며, 게다가 양도소득세를 면하기 위해 매입가격에 판매한 것으로 서류를 꾸민 것으로 의심을 샀다. 또한 그는 8년 동안 일산의 우수학군을 오가면서 위장전입을 했다. 그는 “자녀의 교육(자녀의 왕따)을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그것마저도 “자식을 파느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게다가 신 후보는 과거 언론인이었으면서도 ‘반언론적 언사’까지 했다. 그는 YTN기자들이 구본홍 사장의 임명에 반대하면서 일으킨 분쟁에 대해 “이대로 가면 YTN이 문을 닫을 수 있다”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 이 같은 입장을 가진 신 후보가 언론정책을 관장하는 장관이 된다는 것은 분명 말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이해하고, 문화체육관광 업무를 잘 할 만한 도덕성 있는 인물을 내세우기 바란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수준을 낮게 보는 우를 다시 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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