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사장 '권력의 주구'로 남을 셈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권력 감시 및 부조리한 사회고발을 위해 만들어진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 위기에 처했다.

‘정권의 나팔수’로까지 불리는 KBS에 이어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MBC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MBC는 오는 11월 개편을 앞두고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의 폐지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재철 사장 주재로 열린 임원회의에서 두 교양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간대도 밤 9시에서 8시로 변경할 것을 검토하라고 보도국과 보도제작국 및 해당 제작진에게 통보했다고 한다.

MBC 경영진은 이번 조치의 이유로 시청률 평가와 종합편성채널 시장 대비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후플러스’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시청률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MBC 스스로 공영방송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또 시사 프로그램에 시청률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방송의 공익성에 위배된다.

종합편성채널 대비라는 주장도, 최근 ‘김혜수의 W’의 제작비 증액을 경영진이 스스로 결제한 것을 보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여기서 우리는 ‘후플러스’와 ‘김혜수 의 W’가 둘 다 시사 프로그램이고 현 정권이나 기득권층에서 보면 ‘불편한 프로그램’이라는 데 주목한다. 그리고 김재철 사장이 사실상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통해 임명된 점도 직시하고 있다. 또 경영진의 입김으로 발발한 ‘PD수첩 불방사태’에 대해 거센 저항에 부딪친 일이 최근이다.

결국 최근 MBC의 시사 프로그램 폐지 사태는 시청률과 종합편성채널 대비책을 빌미로, 정부 비판 프로그램을 고사시키고 이를 통해 정권의 비위를 맞추려는 게 아닌가라는 강한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것은, MBC의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 정권은 출범 이후 과거 군사정권 때의 언론통제정책을 일관되게 실시해 왔다. 특히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 이후 발발했던 ‘촛불 시위’ 이후에는 언론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수사하고, 열린 대화의 장인 인터넷 카페의 토론에도 권력을 가했다. ‘글로벌 미디어의 출현’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들이대며 추진한 종합편성채널은 사실 이명박 정권 비판 방송에 대항마를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권의 뜻을 헤아린 KBS는 이미 언론 비판 기능이 사그라졌다. 이병순 전 KBS 사장은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의 이름을 바꿨다. 시사투나잇은 후에 아예 폐지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렸던 권력은 결국 모두 실패했다. MB정권은 이 같은 사실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동시에 MBC 김재철 사장에게 당부한다. 김 사장도 한때 부당한 권력을 감시하고자 노력했던 ‘기자’였음을 자각하고, 이번 조치를 원점으로 되돌리기 바란다. 한 줌도 안되는 ‘권력의 주구’로 남을 것인가, 영원히 기억되는 ‘언론자유의 지킴이’로 남을 것인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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