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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뢰추진체 맨 뒤 프로펠러에서 촬영된 조개껍데기. 껍데기 위에 하얀색 물질이 쌓여있다.(블로거 가을밤 제공) | ||
조개는 진실을 알고 있을까?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 공방에 ‘조개’가 변수로 등장했다.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3단체가 구성한 천안함조사결과언론보도검증위원회(천안함검증위)는 3일 천안함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어뢰추진체에서 조개가 발견됐으며 이는 이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튿날 반박 보도자료를 냈고, 검증위가 재반박 자료를 내는 등 공방이 치열하다.
천안함검증위는 어뢰추진체를 근접촬영한 고해상도 사진을 분석해 조개를 찾아냈다. 이 조개는 어뢰추진체 맨 뒤 두 번째 프로펠러 내부에서 발견됐다.
조개가 흡착물질과 엉거붙은 이유는?
검증위는 왜 이 조개에 주목할까.
조개 모서리에는 흡착물질이 쌓아올린 듯 붙어있다.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조사 결과대로 천안함을 폭발시킨 어뢰라면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없다는 게 천안함 검증위의 판단이다.
국방부는 흡착물질과 조개가 어뢰 프로펠러에 달라붙어 있는 이유를 두 가지로 압축했다.
“어뢰 폭발로 발생한 알루미늄산화물이 조개와 함께 어뢰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흡착물질이 되면서 프로펠러에 엉겨 붙었다”는 것이다.
“아니면 폭발한 어뢰가 바다 속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조개가 우연히 달라붙었고, 그 뒤에 주변의 흡착물이 조류에 휩쓸려 조개에 옮겨 붙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검증위의 분석은 이것 둘 다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뢰 폭발로 생기는 알루미늄산화물은 처음에는 액체 상태다. 이 액체가 급랭, 다른 대상에 붙으면서 고체화돼 흡착물질이 된다. 조개와 산화물이 같이 휩쓸려 들어갔다면 이 물질이 조개껍데기를 감싼 형태로 굳어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조개의 한 모서리에 탑처럼 튀어나온 모양으로 달려있다. 이는 조개가 들어간 뒤 시간이 지나 물질이 붙었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두 번째 해명, 프로펠러 주변에 있던 흡착물질이 조류에 쓸려와 조개에 붙었다는 주장은 어떨까. 천안함 검증위는 “국방부는 어뢰 추진체 프로펠러와 모터 내부 등 흡착물질이 발견되는 부위는 구조상 조류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해왔다”며 “이제와서 조류 때문에 흡착물이 이리저리 옮겨 붙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일관성도 없고 과학적이지도 못한 태도”라고 반박했다.
결국 국방부 주장 두 가지 다 이치에 맞지 않는 셈이다. 흡착물질과 조개가 함께 휩쓸려와 붙은 것도 아니고, 나중에 와서 붙었다고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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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뢰 구멍 너머 보이는 조개를 멀리서 잡은 모습.(블로거 가을밤 제공) | ||
“흡착물질이 아니라 침전물질”
그럼 조개 위에 달려있는 ‘흡착물질’의 정체에 관심이 쏠린다.
여기서 이 물질은 어뢰 폭발로 생긴 흡착물질이 아니라 바다 속 자연부유물에 일정한 화학작용이 일어나 생성된 화학적 침전물이라는 검증위의 해석이 나온다.
이 물질의 분석 결과도 검증위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박사는 천안함검증위의 의뢰로 정부가 제공한 흡착물질을 넘겨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천안함과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는 물질 안의 이물질은 반죽 상태로 분포된 것으로 나왔다. 폭발로 생성된 흡착물질이라면 이물질이 섞여있을 수 없다. 층을 지어 쌓여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흡착물질이 아니라 바다 속 자연 침전물이라면 섞여있을 수 있다. 검증위는 이 물질을 폭발과 무관한 바닷물 속 자연생성물인 바스알루미나이트와 이물질이 섞여 지속적으로 침전된 결과물로 보고 있다.
종합하면 이 어뢰는 천안함 침몰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과는 무관한 어뢰 잔해가 바다 속에 잠겨 있다가 조개가 들어왔고, 그 위에 각종 부유물이 쌓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조개는 2.5cm, 어뢰 구멍은 2cm
‘조개’ 논란은 새로운 미스터리도 낳았다.
지름 2cm의 어뢰 구멍에 2.5cm 길이의 조개가 어떻게 들어갔느냐는 것이다.
국방부는 조개의 크기가 가로 2.5cm, 세로 2.5cm라고 밝혔다. 그것도 깨진 조개껍데기 일부다. 천안함검증위는 조개가 발견된 프로펠러 구멍의 크기는 지름 2cm가 넘지 않는다고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어뢰 설계도에 표기된 치수와 근접촬영 사진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다.
이에 대한 분석 결과에 따라 새로운 쟁점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천안함 검증위는 △프로펠러 구멍의 지름과 어뢰 원통 지름의 실측치 공개 △어뢰추진체에 대한 국회 등 제3자의 정밀조사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