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장관 딸 특채 특종 보도

제24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SBS 김지성 기자


   
 
  ▲ SBS 김지성 기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논란 보도 이후 주변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그래, 출입처의 장관을, 나라의 정책을 바꾼 소감이 어떠냐?”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도 파장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우리 사회에 특별채용 비리가 이렇게 만연해 있다니 저도 놀랐습니다.”

물론 외교부 당국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저보다 더 몰랐을 것입니다. 취재에 들어가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유명환 장관의 딸이 최고점을 받았다’, ‘자격을 갖췄는데도 장관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차별 아니냐’, ‘장관의 딸은 취직도 하면 안 되느냐’는 식의 반론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논리에 밀리지 않았던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는 ‘자기 최면’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적법한 채용이었다 하더라도 단 한 명을 특별채용하는데, 현직 장관의 딸을 뽑았다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렇게 시작해 취재를 거듭할수록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외교부의 주장은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채용이 서류 심사와 면접만으로 이뤄져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합격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고, 심사위원 5명 가운데 2명이 외교부 간부였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나아가 외교부가 유명환 장관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1차 모집 응시자 전원을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다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기사 요건을 ‘충분히’ 갖춘 셈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첫 보도가 나간 날은 태풍 곤파스가 10년 만에 수도권을 강타한 날이었습니다.

SBS 보도 이후 특채 논란은 다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까지 확산됐고, ‘앞으로 특별채용이 늘어나면 유명환 장관 딸의 사례처럼 고위층의 자녀만 특혜를 입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드세졌습니다.

곤파스의 위력을 금세 넘어섰습니다. 정부는 급기야 ‘고시를 줄이고 특별채용을 늘리겠다’는 행정고시 개편안을 백지화했습니다. 외교부도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고 채용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쇄신안을 발표했습니다.

SBS의 첫 보도가 단초가 됐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환 장관의 사퇴를, 이미 발표했던 정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국민의 목소리였습니다. 청년 실업난 속에 ‘공정한 채용’을 원하는, ‘진정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의 함성이었습니다.

저로서는 ‘국민이 기자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다시는 특별채용과 관련한 비리를 보도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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