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멸종위기종을 찾아서

제241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사진부문 / 대전일보 장길문 기자


   
 
  ▲ 대전일보 장길문 기자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백30호인 수리부엉이가 얼마 전 대전 뿌리공원 인근에서 상처를 입고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회복 속도가 빨라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하천과 산을 중심으로 우리 주변 곳곳에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도심 속 멸종위기종을 찾아서’ 릴레이 보도는 이렇게 시작됐고 올여름을 고스란히 바쳐야 했다.

첫 보도로 지난 7월15일 자 대전일보에 공개한 ‘수리부엉이의 비상’은 독자들로 하여금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야행성인 수리부엉이의 대낮 촬영을 위해 7일간의 잠복기간 동안 더위와 모기떼의 공격, 무엇보다 시간과의 싸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리부엉이는 얼마 후 인근 다리 밑 옹벽 철조망에 걸린 채 발견됐다. 오른쪽 다리에 이물질이 박혀 있었고, 수술 끝에 이물질 제거에 성공하긴 했다.

시민에 의해 발견되길 천만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사라질 위기에 있는 수리부엉이를 더욱 보기 어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취재에 나선 뒤 우리 주변에는 수리부엉이를 비롯한 조류와 포유류, 어류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군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문산 자락 은사시나무 옹이엔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3백28호,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가 둥지를 틀고 있었고,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소쩍새(천연기념물 3백24호)의 새끼 사랑이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한국 토종 남생이(천연기념물 4백53호)의 짝짓기 장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 학계의 깊은 관심을 받았다. 생태 사진이 그렇듯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험난했다. 기자의 무지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시민들의 제보가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시리즈를 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가장 큰 수확은 자연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에게 받기만 했지 돌려주는 데는 참으로 인색했던 것이다.

이렇듯 대전이 ‘천연기념물의 보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일부 시민들이 불법적으로 포획하거나 어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멸종을 자초하는 무지의 소치이자 생태계 파괴행위와 다름없다. 희귀종을 쉽사리 볼 수 있다는 것은 물길이 제대로 뚫리고,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반가운 징표다. 멸종위기종을 지키기 위한 관계 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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