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설화에 묻히다 등 3부작

제24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대전MBC 이교선 기자


   
 
  ▲ 대전MBC 이교선 기자  
 
‘1400년이나 지난 역사, 그러나 우리는 지금 왜 백제에 주목할까?’라는 근본적 의문에서부터 ‘백제’에 대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처음 맡은 다큐멘터리를 6개월여 만에 3부작이나 만들어야 했고, 역사 다큐멘터리가 이미 대중화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쉬우면서도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지는 늘 부담이었고, 잘 풀어냈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1부 ‘설화에 묻히다’에서는 백제 역사의 왜곡을 다뤘습니다. 백제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의자왕과 삼천궁녀 설화가 중국 시조의 표절임을 처음으로 제기했습니다. 백제 멸망을 담은 이야기도 승자의 편파적인 역사서술이었음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삼국시대 이후 현재까지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며 되풀이된 백제에 대한 왜곡과 이로 인해 우리 인식 속 깊숙한 편견을 파헤쳤습니다.

2부 ‘바다를 경영하다’에서는 미륵사지 사리 봉안기와 문익점의 목화씨를 뒤집는 백제 면직물 등 한국사를 뒤집을 만한 각종 최신 유물을 통해 백제가 바다를 이용한 교류왕국임을 증명했습니다.

3부 ‘디지털로 부활하라’에서는 디지털 복원을 통해 자칫 고루할 수 있는 역사가 3D와 홀로그램 복원방식을 만나 어떻게 친근한 콘텐츠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지를 영국 현지취재 등을 통해 접근했습니다.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다시피 한 취재진을 이끌어 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새로운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부여박물관 김유식 학예실장과 충남대학교 박순발 교수님 등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또 한여름에도 수백 미터씩 지미집 장비를 들고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스태프의 노고로 다양한 앵글의 HD영상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합니다. 올해 공주, 부여에서는 세계 대백제전이 열렸고, 서울에 한성백제박물관이 개관할 예정에 있는 등 우리가 잊고 있던 백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역사를 되돌아보고, 이를 단순히 과거가 아닌 현재에 투영시키는 작업은 필수입니다. 우리 고대사의 한 축이면서도 외면받고 작게만 보이던 백제 역사를 제자리 매김하기 위한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모든 결과물은 많지 않은 인원 여건 속에서도 늘 믿고 기다려주신 대전MBC 선후배 여러분들의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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