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참사 보도' 일본언론서 배우자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3.15 18:29:10
“힘내라, 일본(간바레, 닛폰)”, “일본은 견뎌낼 것이다(Japan Will Persevere)”, “우리는 당신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We care)”.
11일 오후 일본 동북부에 초대형 지진-쓰나미가 엄습한 이래 지구촌의 언론과 사람들은 일본인을 격려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강대국 일본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지구적 재앙 앞에서 맥없이 허물어지는 것을 본 지구촌의 언론과 사람들은 앞다퉈가며 지진-쓰나미의 참상을 전하는 한편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을 돕자고 나서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지난 주말 취재인력을 대거 재난 현장으로 급파했고 국제부와 관련 있는 다른 부서 기자들을 국제부로 파견해 지진 보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연수를 했거나 일본어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기자들은 급거 차출돼 재난 현장으로 파견됐다.
국내 언론들은 미증유의 지진 재난을 보도하면서도 피해복구를 위한 성금 모금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언론은 일본언론에 비해 진도 9.0에 이른 이번 지진-쓰나미를 감성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안타깝다. 일부 보도는 상당히 선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강력한 힘으로 지상으로 밀고 들어오는 쓰나미의 동영상을 반복해서 방송하고, 쓰나미로 인한 피해를 담은 큰 사진을 지면에 게재하며, 참상이 전개된 공허한 터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생존한 소녀의 큰 사진을 싣는 등 일본 대지진의 보도는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국내 언론의 보도 성향을 보면 대체로 지진 참상을 목격담으로 전하는 기사, 지진 피해에 대해 윤곽을 그리는 기사,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문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또는 국내 차원에서 제기하는 기사, 유명인들과 시민들의 돕기 운동에 관한 미담 기사 등의 형태를 띠고 있다.
관동 대지진 이래 가장 큰 지진이 엄습한 이번 사건의 보도에서 우리 언론은 인류애적 차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동정과 지원,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 등을 보도하는 것은 일단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미담 기사 쪽으로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본다.
놀라운 것은 일본 언론들의 보도이다. 인터넷을 통해 일본의 주요 언론들을 살펴본 결과 아사히나 NHK 등은 이번 지진에 대해 글로써만 보도를 하고 있으며 그 흔한 지진 피해 현장이나 피해자들의 사진을 전혀 인터넷에 올리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일본 언론의 보도는 국내 언론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지진 생존자들의 차분한 대응과 일본 언론의 이 같은 보도 자세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미증유의 재난 보도는 매우 의미 있는 중요한 기삿거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지진에 대처하는 일본인과 일본언론의 보도를 놓고 곰곰이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일본인과 일본 언론에 대해 다시금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싶다. 아울러 우리는 국내 언론도 앞장서서 국민을 흥분시키는 선정적 보도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국 언론계에 단 하나의 차분한 언론이라도 탄생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