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고(故) 장자연씨 편지'가 위작됐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 이후 책임을 물어 보도국장과 사회2부장을 보직해임하자 기자들이 보도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SBS는 18일 장자연 편지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영범 보도국장과 박수언 사회 2부장을 보직해임하고 논설위원으로 전보 조치했다. 최금락 보도본부장에겐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SBS기자협회(지회장 정명원)와 SBS노조(위원장 이윤민)는 이번 인사가 내용적·시기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SBS가 기사 오보를 이유로 보도국장을 해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외부 압력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자협회는 19일 성명을 내어 "기자라면 누구나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내용에 대한 보도가 결과적으로 오보로 드러난 것"이라며 "냉정하게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나은 보도를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보도국 차원의 논의조차 없이 외부의 압력과 눈치보기 때문에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사회부장을 서둘러 전격적으로 인사조치 한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시간도 없이 서둘러 인사 조치를 내린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기자협회와 노조의 주장이다.
박수언 사회부장은 인사위원회에서 소명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SBS가 사과방송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故 장자연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즉각 보도국에 특별취재팀을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만약 정당한 취재권 확보를 위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기자의 소명이자 권리인 취재권을 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투쟁을 해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기자협회와 노조는 19일 오후 양철훈 신임 보도국장을 만나 보도국에 특별취재팀을 즉각 설치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노조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인해 국장과 부장이 보직 해임되면서 게이트키핑 기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자칫 데스크와 기자들 간 갈등이 예상되면서 진실의 실체를 밝히려는 기자의 취재활동이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편 SBS는 지난 6일 '고 장자연 자필편집 50통 입수 '31명 접대'' 등의 보도를 내보냈으나 국과수 감정 결과 가짜 편지임이 드러나자 16일 '8시뉴스'에서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