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해부 - 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제24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문 /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우리는 무슨 특구고 기업도시고 이제는 모르겠어. 개발지구 지정이 오히려 마을에 화(禍)를 불렀어.”
과개발 기획안을 확정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4일 찾았던 전남 무주군 안성면과 무안군 현경면. 당시 인터뷰를 하던 주민들의 모습에는 씁쓸함과 함께 분노마저 느껴졌다.

한 달 뒤에 찾은 전남 나주시 혁신도시 공사현장에서는 매서운 시베리아 바람이 어려운 취재과정을 말해주는 듯했다. 나주역에서 현장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공사장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개발공화국이라는 말이 맞기는 하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기억도 새롭다.

과(過)개발 취재는 예상만큼 쉽지 않았다. 우선 포커스는 책임지는 사람 없이 쏟아내는 각종 개발 계획이 한반도를 파괴시키고 지역 간 갈등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내용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지면을 통해 과개발을 어떻게 표현해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한반도와 각 권역별 지도 위에 지정현황을 그래픽으로 표현하고 주요 지정현황을 표로 보여주기로 했다. 지구지정 현황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작업은 말 그대로 막노동이었다.

조사결과 중앙정부가 지정한 각종 지역·지구는 53개, 지정된 면적은 12만46㎢였다. 남한 면적(10만210㎢)의 1.2배, 실로 엄청난 규모였다. 종류도 헤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유사한 것이었다.

강원도 고성군과 양양군 등 11곳은 무려 5개 지역·지구가 중복 지정돼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개발하자는 것인지 의아함마저 들었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된 자료도 없고 담당공무원들조차 헷갈리거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국토(지역)개발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종합조정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남발돼 있는 각종 개발계획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취소하거나 통합하는 등 사업(계획) 구조조정에 대한 방안도 제시하기도 했다.

보도가 나간 후 정부가 지역개발계획을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지역개발의 종합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신발전지역종합발전계획, 특정지역개발계획 등 7종의 계획을 ‘지역개발종합계획’으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기획에서 제기했던 문제점과 개선안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 기획이 개발지상주의의 현실을 뒤돌아보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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