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부산 석대쓰레기매립장 중금속 오염
손영신 기자 | 입력
2001.04.14 11:11:11
“치아뿌라!”
언제나처럼 사건은 우연하게 시작됐다. 3월 12일 부산시 금정구 회동동 동대마을.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지역 대상지 발표에서 제외된 지역주민인 K씨는 갑자기 “우리는 아직도 쓰레기 침출수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항의했다.
“무슨 침출수요”라는 우문에 “치아뿌라! 그것도 모르고 무슨 기자하노!”란 분노에 찬 답변만 돌아왔다. 사건의 경위는 길고도 간단했다.
관광명소인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해운대구 석대쓰레기매립장. 87년부터 93년까지 7년에 걸쳐 20여만평에 도시생활쓰레기가 비위생적으로 매립됐다. 하지만 산업폐기물이 불법적으로 매립되고 시공과 사후관리가 부실해 유독성 침출수가 사용종료 8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근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찰팀 이병철 기자, 환경담당 성영아 기자, 사진부 강원태 차장 등 4명으로 팀을 짰다. 이와 함께 부경대학교 지하수환경연구실, 극미량다이옥신연구실, 토양오염연구실 소속 교수 3명을 자문단으로 정하고 스터디를 거쳤다.
교수 연구원들과 함께 수차례 매립장을 답사했다. 인근 마을 지하수에는 ‘이 물은 중금속에 오염됐으므로 먹을 수 없음’이란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침출수와 인근 마을 지하수 4개, 마을 및 매립장 토양 4개, 매립장 쑥과 인근 밭 채소류 3개 등 시료를 채취,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 등 4개 실험실에 각 샘플을 나눠 분석에 돌입했다. 27일부터 데이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인근 지하수에서 중금속 성분은 물론이고 발암성물질, 환경호르몬 PCBs가 다량 검출된 것이다. 예측대로 였다. 침출수가 지하 암반 절리층을 타고 인근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시작 17일만에 첫 보도가 시작됐다. ‘죽음의 마을’이란 컷을 달고 ‘석대 지하수 중금속 및 발암성 물질 발견’, ‘매립장 중금속 오염 쑥, 채소류 유통’, ‘시, 구청 오염사실 은폐’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오염된 지하수로 콩나물을 키워 시중에 판매한 콩나물도매업자, 86년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사실까지 속속 보도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였다.
부산시는 긴급히 전문가로 특별조사에 나서고, 공식사과와 주민보상, 사후조치를 약속했다. 국회의원과 시의회 등도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 변호사단이 주민과 함께 피해에 대한 ‘공익소송’을 제기키로 했다.
취재팀은 지금 전국에 산재된1000여개 비위생쓰레기매립장의 공통현안이란 점에서 시민단체와 주민, 전문가 등과 함께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완결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