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
제24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SBS 권영인 기자
SBS 권영인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5.04 12: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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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권영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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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취재하면서 생경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입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가 털렸다는 최초 보도 이후 국정원의 소행으로 밝혀지기까지 과정을 지켜보고 취재하면서 국정원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가 제 생각보다 상당히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각종 속보들이 쏟아져 나오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은 국정원의 치부와 문제점들을 속 시원하게 고발해주기보다는 ‘그 정도 실수는 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았습니다. 곤혹스러웠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정보기관이 안방에서 그것도 외교적으로 가장 친밀한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정보수집 활동을 펼치다 어이없이 발각된 작전 실패 사례가 드러났는데도 국민들은 연이어 생산되는 기사들에 대해서 불편해하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일까?
자신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상황에는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강하게 대처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인데 전혀 전문가답지 못했던 국정원의 작전 수행을 일면 이해해주려는 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주일간의 취재기간 동안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일반적인 인식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결국 정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국정원이 그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가 기자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국정원은 그 기대와 신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건 초기에 들려오는 소식들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반성과 쇄신의 주춧돌로 삼겠다는 이야기보다 정보가 새나간 경위를 찾겠다면서 내부 제보자 색출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먼저 들렸습니다. 조직 내부 갈등을 배경으로 한 음모론도 돌아다녔습니다.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3차장이 뒤늦게 물러나긴 했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건 지도부의 교체가 아니었을 겁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뇌리에 깊게 남은 문구가 있습니다.
“국민들은 국정원을 ‘아이리스’나 ‘아테나’로 믿고 있었지만 실제 모습은 ‘7급 공무원’이었다.”
기사의 물꼬를 트고 마무리를 못한 입장에서 길게 말씀드리는 게 송구스럽긴 합니다만 저희 기사가 국정원의 변화와 발전에 작은 기회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